내 아버지는 스물 중반에 할머니 비호아래 공장장도 해보고
스물 중후반에 결혼도 하고 신혼집도 할머니가 해줬지만, 집안에 계집 하나 잘못 들여서 집안도 풍비박산 내고
빚더미에 앉은 채로 친정으로 들어갔지..
할머니가 생전 막노동으로 벌어둔 집과 재산을 재혼하면서 날려먹으면서 또 이혼하고
개인사업장도 차려줬지만 결국 망해서 문닫음.
할머니 영정사진앞에서 치매였던 할머니를 3년동안 모신 고모랑, 할머니 연금가지고, 목에 핏대세우며 싸우더라.
(내가 봤을 땐 고모는 효녀였음. 학교 방학때마다 고모가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한 다음 여기저기 유명한 데 구경가고
분기마다 할머니 좋아하는 음식 택배로 부치고, 서울 올라올 일 있으면 항상 들렸음. 할머니 치매판정 받자마자 자기가 모신다고 하고)
그 연금은 할머니 돌아가시면 장례식비용으로 쓰려고 고모가 모아둔 천 만원 조금 안되는 금액인데
개 후레자식이 그걸 넘보더라. 장례식비용이 얼마길래 연금 모아둔 걸 다 쓰냐고. 다 공개하라고. 돈이 남으면 그걸 나누자고....
(큰아버지는 고모가 할머니 모시면서 고생했으니 연금사용의 우선권자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아무말 안했지만..)
이렇게 집안 풍비박산 낸 놈이 사회생활 열심히 하는 나를 왜 방구석폐인 취급하듯이 잔소리를 할까..
혼자 사는 동안 돈 빌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집안 풍비박산 낸 년이 내이름으로 사채 쓰고 안 갚아서
그걸 햇살론으로 5년 째 갚아가며 월세사는데..
계약직이지만 꿈이 있어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준비하고
직장에서도 열심히 산다고 언니들이(남자지만 여초직장이라 이렇게 부름 ) 이것저것 다 챙겨주는데
내가 뭘 잘못했길래, 사회성 떨어지는 방구석 폐인취급하고 모아둔 돈 없다고 타박하지?
난 20대의 절반을 빚 갚고 자립하는 데 다 쏟아부었는데..
생전 아버지를 보며 말하던, 할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철없고 속좁은 놈이라고...
이제 환갑을 보는데 가끔 하는 행동을 보면 아직도 철이 안 들었다.
시팔놈. 추석에 큰집가서 얼굴 볼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