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아껴주시던 할머니께서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신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네.
냉정히 말하면 내가 자신이 배아파 낳은 맏딸의 맏딸이자 첫손녀라서 특히 아끼신 면도 없지 않겠지만
암튼 분이 넘칠 정도로 내게 잘해주신 점도 사실이고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대신 키워주신 분이라 내게는 거의 어머니랑 비슷한 존재임.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상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시고 배불리 먹이고 보내시려고 하고
항상 등을 토닥여주시며 뿌듯한 눈빛을 발사하시면서 OO는 큰 사람 될거야~라고 해주셨는데
돌이켜보면 이런 순간들이 모여서 현재의 나의 자존감의 자양분을 이루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적인 신뢰와 사랑.
그래서일까. 할머니는 순한 성정과 어진 인품때문인지 다른 집안 사람들 (예: 할아버지나 아들 (내게는 삼촌))에게 무시당하는 적이 좀 있었는데,
역설적으로 우리 집안에서 나름 개천용인 내게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할머니셨음.
그 시절 태어나신 분들이 으레 그랬듯이 한평생 자식 낳아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시고 특히 말년에는 무릎때문에 수술도 받고 힘들어 하셨는데
나는 할머니가 다음 생애에는 손에 물 묻힐 일 없이 곱게 자라는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셔서 이전 생과는 반대의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해본다.
구차하지만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흐르니 할머니를 잊고 지내는 순간이 많았는데 오늘 갑자기 보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