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항암약 2개 실패하고 3번째 도전하려고 입원했다가 갑자기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24시간 마약성 진통제 맞으면서 겨우 버티고 있었음. 의식차릴때마다 자기 가망없느니 그냥 호스피스가자고 징징댔고 그래서 의사한테 상담해봤더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남들은 항암하고 싶어도 몸상태가 안되어서 못하는데 와이프 아직 충분히 항암할수 있다고 너무 빠르다고 해서 그냥 계속 달래만 주고있었음.
그러다가 저번주 화요일에 병원에 있던 장모님이 와이프 죽을거같다고 빨리 오라고 딱 한마디하고 전화끊음.
뭔일인가 싶어서 다시 전화하니 받지도 않아가지고 장인어른께 전화하니 자기도 뭔일인지 모르고 지금 가는중이니 가서 확인하고 전화줄테니 일하고 있으라고 함. 장모님이 평소 호들갑 떠는 일도 있어서 솔직히 믿음이 가지가 않았음.
그 전주에 병간호한다고 휴가를 너무 많이써서 회사눈치 보이는 것도 많아서 솔직히 가기가 싫었음. 혹시나 싶어서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하니까 자기들 지금 와이프분 병실이동때문에 너무 바쁘다고 이미 보호자분에게 설명 다드렸으니 그분에게 설명들으시라고 하고 바로 전화끊더라. 오늘 내일 하는 상태면 이렇게 나올리가 없겠다 싶어서 그냥 계속 일했음.
나도 병간호한다고 장모님이랑 감정쌓여가지고 좀 짜증나는 것도 있기는 했음. 매날 10시까지 야근해서 죽겠는데 금요일 퇴근하고 월요일 아침까지 내가 병간호함. 병간호하면 하루 2,3시간 자거나 밤새야해서 너무 피곤하더라. 와이프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계속 열심히 주물러줘야 하니 몸도 힘들고 그러다 한번 장모님이랑 대판 싸우기도 했고
그러고 20분있자니 다시 장모님한테 전화옴 어디냐고 묻길래 출발안했다고 하니 "애 죽는다고!"하고 소리지르시더라 그순간 옆에서 와이프가 전화기를 뺏어가지고 "사랑해 미안해 우리 강아지 잘 키워줘"하고 전화 끊겼음. 통증이 정점에 오를때마다 맨날 하는 소리기는 했는데 그말들으니 도저히 일을 할수가 없더라. 상사한테 가봐야 할거 같다고 말하고 반차쓰고 택시잡고 바로 갔음. 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음.
호들갑을 떨어서 내가 또 일하는 스케줄이 엉망이 되는구나 80프로 그런데 진짜로 와이프 죽을 상황이고 내가 늦게 가서 임종 못보면 앞으로 장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내가 와이프하고 장모님한테 대못박는건 아닌가 제발 그런 일 없었으면 하면서 병원도착.
다행히 와이프가 기운빠진 얼굴로 그냥 병실에 있더라. 중환자실 들어가는거 기다리는 중이래
순간적으로 장모님한테 짜증이 나기는 했는데 티 안내면서 그냥 와이프 옆에 있었어.
근데 나중에 처제가 그러더라 형부 왜 그렇게 뚱했냐고 왜 언니 손도 안잡아주냐고.
나도 진짜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더라 티를 안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무의식적으로 와이프하고 장모님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나봐
와이프는 중환자실 들어가고 거기까지 따라가서 배웅하고 나옴.
그리고 이제 어쩌야 하나 장모님한테 잘 말씀드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참고 넘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장모님이 날 불러가지고
나를 혼내기 시작함. 왜 장모말을 안듣냐 이렇게 늦게오면 어떻하냐 등등.
나도 결국 폭발해서 화를 내고 싶었는데 그래도 차분하게 이렇게 말했음. 전에 목소리 좀 올리니까 어른에게 어떻게 그따위로 말하냐고 감정적으로 화를 내신적이 있었으니까
장모님 이러시면 안된다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 종종 발생할건데 그때마다 이러시면 안된다고 사람에게는 한계란게 있고 그 한계를 시험해서 관계를 위기에 빠뜨리면 안된다고 의사가 위독하다고 한것도 아닌데 이렇게 호들갑떠시면 안된다고
이후에도 더 말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역시나 바로 화내시더라 어디다 어른한테 지적질이냐고 자기는 장모니까 장모대우를 해달래 아랫사람처럼 다루지 말고
나는 계속해서 여기서 폭발하면 안된다고 다독이면서 말했고 언성 높아질려는 찰나 다행히 장인어른하고 처제가 말려가지고 장모님 자리떠나고 장인어른이 장모님이 와이프 너무 걱정해서 그런거니 너무 맘에 두지말라고 하셔가지고 장인어른한테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끝냈음.
그후 의사하고 집단 면담하고 와이프 암상태가 이 정도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있을 상황이 아닌데 계속 그런다고 아무래도 우울증으로 인한 것처럼 보이니 잘 다독여주라고 안 그러면 심인성이 진짜로 몸에 영향을 미치고 항암도 못하니 앞으로 1년정도밖에 시간이 없을거라고
그래도 2~3년은 될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해서 엄청 충격먹었는데 당분간 와이프 심리 케어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왔음.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에 와이프는 죽었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만난지 900일 기념일이더라 와이프 기념일 챙기는거 되게 좋아했었는데
중환자실에 들어간 담에 전화는 안하고 계속 카톡을 보냈는데 보지를 않더라고 전화해도 되냐고 카톡을 보내도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진통제 때문에 정신이 없나보다 싶어서 굳이 전화를 하지는 않았음. 장모님한테도 싸운걸로 기분상해서 전화안하다고 아버지한테 혼나고 목요일날 연락한번 했던게 다고 내가 전화하기 전까지 와이프 상태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도 안해주더라
나중에야 알았는데 나말고 처제한테는 자주 전화했더라 처제가 전화녹음한거 들려줬는데 정상적으로 대화통하는 상황이었고
도대체 왜 나한테는 전화를 안했을까 장모님 말하기로 화요일날 내가 달려오는거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온다고 하니까 서운해했다고 했는데 그래서 안할걸까?
그런 생각드니 가슴이 찢어지더라 병신같이 굴어가지고 와이프와의 마지막 만남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그러다 금요일 아침 8시에 장인어른한테 문자가 왔다. 와이프가 오늘 넘기기 힘들거라고 주치의가 말했다고 정신나가서 바로 차끌고 병원으로 달려감. 가서 확인하니 연락은 6시에 받았는데 내가 그지랄했다고 안 알려주려다가 장인어른이 알려주신거더라 장모님은 한 9시에 한창 달려가는데 연락와서는 그때서야 말해주는데 그때는 그런줄 몰라가지고 화는 안났었음.
도착하니 와이프는 이미 의식이 없어졌고 주치의가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확언하더라. 그냥 좋은 말만 해주시라고
다른 암환자 보면 임종 예고받고 그래도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이야기 할 시간은 주어지던데 우리한테는 10분도 안주어지더라
진짜 하늘이 원망스럽더라 그래도 딱 한번 와이프가 의식 회복해가지고 말을 하기는 했음. 물달라고 말한게 고작이라서 그렇지.
의사가 물주면 안된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이거 안주면 평생의 한이 될거 같아서 평소 와이프가 좋아하던 찬물 자판기 가서 사와서 첨에는 뚜겅으로 먹이다가 답답한거 같아서 생수병에 빨대 꼽아서 먹게 해줬음.
내가 전에 내친구 혈액암으로 죽을때 유언이 사이다 먹고싶다라는 이야기를 해준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에 엄청 공감해서 죽을때는 그대로 물 시원하게 먹고 싶다고 자주 말했었건든
그 다음에 얼음달라고 해서 지하 매점가서 얼음 사가지고 갔다오니 그때는 이미 기운이 없어서 아무말도 못했음. 그래도 얼음 2어개 먹고 다시 의식 잃음. 나중에 엄청 후회했다. 그냥 다른 사람 시켜서 얼음 사오게 하고 나는 계속 붙어있을걸 친구남편도 와서 그 사람한테 시켰으면 됐을텐데
그렇게 와이프 임종지키는 동안 장모님은 날 엄청 꼽줬다. 거래처에서 카톡와서 간단하게 안내드리면 지금 이 상황에 무슨 카톡이냐고 화를 내신다든가
와이프한테 니 남편이 니한테 서운한게 있더라도 다 용서하고 가라고 지속적으로 말하고(나한테만 그랬음) 나한테 얘가 복이 없어서 나같은걸 만났다고 한다든가
그래도 그냥 네네하면서 듣고만 있었음. 와이프 편히 보낼려면 안싸우는게 제일이니까 나중에 장인어른이 그만좀하라고 장모님한테 화내서 서로 싸우기 시작해서 내가 장모님 편들면서 제발 그만하시라고 한적도 있었음.
사실 장모님이 그때 우리를 부른건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멀쩡한 와이프의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보냈어야 했을거다.
와이프는 어떻게 버티다가 결국 월요일 새벽에 하늘나라로 떠났고 늘 평소에 아무생각없이 잠자다가 그대로 죽고싶다고 했는데 와이프도 그렇게 갔다고 생각하고 있다. 살아있을때 해달라는거 다 못들어줬는데 그거라도 들어줬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어찌저찌 와이프 3일장 치뤘는데 상주는 울면안된다고 해서 제대로 울지도 못했음. 와이프 죽기전에는 다 들리니까 안울고 참았다가 장례식장에서 정줄놓고 울려고 했는데 그러면 장례식 망치는거라고 하면 안된다더라 생전에 와이프 고생만시켰는데 마지막 장례식까지 망칠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이 악물고 참았다.
중간에 한번 진짜 멘붕해서 울뻔이 한번 있었는데 내가 와이프한테 준 반지가 2개있거든
프로포즈 반지하고 결혼 반지
프로포즈 반지는 와이프 유골함에 넣어주고 결혼반지는 유품으로 내가 가질 생각이었어. 사실 와이프가 특별나게 아낀 물건자체가 거의 없어서 그거말고는 유품으로 삼을만한게 없더라고
그런데 장모님이 와서 딱 그러더라 반지 하나는 유골함에 넣고 남은 하나는 자기달래. 사위는 이제 필요없을거라고 재혼할때 방해만될거라고
이때는 진짜 멘붕했다. 이대로 와이프하고의 추억을 뺏겨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또 장모님하고 싸워야 하나? 그러면 와이프 장례식 망치는건데
사람이 진짜 혼란상태가 오니까 아무것도 할수가 없더라고 그냥 빌었어. 제발 결혼반지는 저 주시라고 저한테도 유품하나 정도는 필요하다고
다행히 옆에서 듣고있던 처제하고 장인어른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내편들어주시면서 없던 일로 해주셨지.
그래도 나중에 고민하다가 그냥 장모님한테 반지드렸다. 내가 나를 못믿어서
나중에 병신같이 굴다가 반지 잃어버리거나 파손할까봐 장모님이면 목숨걸고 반지 소중히 잘 보관하시겠지 하는 생각들어서
내 욕심차리자고 와이프 반지가 손상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늘리기는 싫었어
이거말고도 1:3으로 의견 갈린일이 자주 있었는데 이건 패스 구구절절히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내가 다시는 장모님 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만 말할께
이제야 겨우 본론인데 장례식 다 끝내고 신혼집으로 돌아왔음. 그리고 전화기 끄고 혼자서 펑펑울려고 했는데 울수가 없더라
울음이 터져나오다가도 한 5초정도 지나면 사라져. 왜 그런지 전혀 모르겠더라.
사실 내가 별로 안 슬픈거였나? 와이프가 생전에 나보고 사이코패스같다고 자주 말했는데 그게 진짜였나?
온갖 생각들면서 나한테 혐오감도 들고 그날은 술 진탕마시고 기절했음
담날에 일어나고 든 생각은 그냥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이었음. 정확히는 여자.
성욕이 계속 솟구치는데 진짜 내가 미친건가 하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거 같아.
고해성사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 고민중이다.
그리고 집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거 같아서 그냥 출근해서 일하는 중.
일이나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 같아서
ps. 익명이라고 하지만 차마 적을수가 없어서 안적었는데 간병하는 동안 내가 와이프에게 잘못한게 겁나 많음.
너무 부끄럽고 내가 쓰레기라는걸 드러내니 적을수가 없더라. 대표적인게 와이프 아프다고 하던데 잠에 취해서 자버린거
나중에 일어나니 겁나 원망하더라 자기는 아파죽겠는데 옆에서 쿨쿨잤다고 자기 간호도 안해주고
장모님은 안자고 하는데 남편은 그런거 보니 장모님보다 나를 안사랑하는게 분명하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안자겠다고 했는데 이후에도 약속 많이 어겼음. 쓰다보니 장모님만 나쁜 사람 만든거 같아서 추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