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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시험기간이면 학교앞 피씨방에 살다시피하는 놈이 있었다. 그런데 그 새킨 시험에서 틀리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어떤 애들은 선생들이 답알려준거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내가 가까이서 봤을때 그런건 아닌것같다. 

그놈은 천재에 가까운 놈이었다. 어떤 과목에서 뭘 배우는지, 왜 그런 개념이 나오는지, 시험에서는 대략 뭘 묻는지 등을 알고있었다. 그땐 몰랐던 용어지만 소위 '메타인지'가 가능한 놈이었다. 마치 인생2회차처럼, 이미 얼추 다 알고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랬기에 수업에 대해서도 열성적이지 않았고 교사들과 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반항적이지도 않았고 공부를 안하는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공부만하는 찌질이였다. 공부가 좋아서도 재미있어서도 미래를 생각해서도 아니었고 그냥 무턱대고 공부만 했다. 하지만 졸업할때까지 내신에서도 모의고사에서도 그 놈보다 점수가 높아본적이 없었다.

 나중에 그놈은 서울대 경제학과에 갔고 나는 서울대에 그런과도 있냐는 과에 갔다. 진학직후 나는 공부는 완전히 놓아버리고 술에 절어 살았다. 뒤늦게 군대갔다와서 학점 메꾸고 밥은 먹고 살수있는 일 하면서 꾸르 들락거리며 산다. 그놈은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시험기간에 보란듯이 피씨방 가는 건 상당히 재수없게 느껴졌다. 또 그런놈을 성적으로 이기지 못하는것에 대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난 니들처럼 공부안해도 어차피 일등이다 찌질이들아" 이렇게 말하는것같았다. 

 

하지만 뭐가 잘못된건데?

피씨방이용은 불법이 아니다.

그놈이 나처럼 공부만 존나게 하는 찐따들을 위해 시험기간 피씨방 이용을 자제하는 쇼라도 했어야 했나?

 

문제는 나에게 있었던거다.

지 인생 지가 알아서 사는거지 그걸 왜 내가 평가하나?

내가 시험점수를 잘 받고 싶으니 당연히 그도 좋은 점수를 원할것이라고 내멋대로 단정해버렸기에

"시험기간에 저러면 안되는데"같은 광역오지랖에 이른 것이다.

 

불륜 최회장이나 인스타마트사장보면 그 놈이 생각난다. 타워 올린 일본놈도.

그렇게 해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렇게 안 할 이유가 뭔가?

 

인생은 한번이고 자기 하고싶은거 하고 살면된다. 추구하는바는 사람마다 다를지언정 저마다 이루고 싶은거 이뤄가며 산다.

 

어디 회장은 구설수 하나 없이 바람직하게 산다던데

그게 좋아서 그렇게 사는거라고 본다. 그리고 자기 좋은대로 하고 사는 삶은 정말 좋은거다.

나태하고 방탕하게 살고싶은데 대기업회장이라서 그렇게 못한다거나 안하고 산다면 그 인생은 대체뭐냐

혹은 실제론 더럽게 살고있지만 잘 숨기고 포장하는데 성공했다면 그것도 좋은 삶이다. 어쨌건 원하는바를 성취한거니까. 

 

난 멸콩마트 회장처럼 살고싶진 않다. 그렇게 제맘대로 할만큼의 능력이나 재력도 없고 그렇게 요상한 관종짓을 하는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니까.

같은 이유로 그가 인생을 잘못살고있다고도 못하겠다. 그는 그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멍청한 짓 한다고 커뮤니티에서 비웃음 당하는게 대수냐? 회사가 망한다해도 그게 뭐가 중요하냐.

남에게 비웃음당하지 않고 내가 하는일을 잘 해내고 싶은건 나지, 그가 아니다.

그를 비웃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가 회사를 잘 경영하고 싶어한다는 증거가 있는가?"

 

나는 시험기간에 피씨방에서 살던 그놈이 원한것은 게임이지 시험성적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놈의 시험이 폭망했다해도 지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놈에게 "그러게 공부좀 할것이지" 하는게 정말 맞나?

  • ?
    익명_30502930 2023.11.26 01:47
    망했다고
    "그러게 공부좀 할것이지"
    하는 경우가 있나?
    보통은 지가 망했다고 징징거릴때 하는 소리지

    서울대 나온 건 맞니?
    아니 요즘 유행하는 분실물 맡겼다고 분노하는 애나
    일케 시덥잖은 예시로 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전달하는 걸 보면

    학벌이랑 능지랑은 딱 일치하는건 아닌게 맞다는 얘기만 점점 설득력을 갖추는 듯
  • ?
    익명_30502930 2023.11.26 01:47
    망했다고
    "그러게 공부좀 할것이지"
    하는 경우가 있나?
    보통은 지가 망했다고 징징거릴때 하는 소리지

    서울대 나온 건 맞니?
    아니 요즘 유행하는 분실물 맡겼다고 분노하는 애나
    일케 시덥잖은 예시로 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전달하는 걸 보면

    학벌이랑 능지랑은 딱 일치하는건 아닌게 맞다는 얘기만 점점 설득력을 갖추는 듯
  • ?
    익명_87389794 2023.11.26 03:40
    담부터 챗gpt한테 검수 받도 올리쇼 뭐라 말하는지 이해할수 없네여
  • ?
    익명_93090455 2023.11.26 10:16
    흠.. 뭐라는 지 모르겠어요
  • ?
    익명_77343843 2023.11.26 15:45
    뭐 긴 글도 하닌데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어...
  • ?
    익명_30502930 2023.12.07 23:18
    @익명_77343843
    못썼다 그러는 걸 또 이해를 못하는 애들이 있네
  • ?
    익명_40974725 2023.11.26 22:46
    결론은 그냥 자격지심에 쩔었다 이거잖아.
  • ?
    익명_15650940 2023.11.28 09:12
    좋은 수필이네요.
    저는 경쟁심이 없어서 그런경험은 없지만
    저도 언젠가 다른 사람을 보면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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