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웅녀 이야기

조회 518 추천 -1 댓글 2
Extra Form

하늘신인 환인의 아들 환웅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을 돌보며 살기 시작했다.

 

그런 환웅을 지켜보며 그를 사모하던 곰 한 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곰을 지켜보며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호랑이 한 마리도 있었다.

 

곰과 호랑이는 환웅을 찾아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환웅은 그들의 인내력을 시험하기 위해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며 동굴에서 지내야한다 말했다.

 

그렇게 동굴로 들어간 곰과 호랑이는 열흘 동안 쑥과 마늘을 먹으며 견뎌냈다.

 

열흘 후 곰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나가겠다고 호랑이에게 말했다.

 

호랑이는 곰에게 곰아, 너는 그냥 잠을 길게 자면 되잖아라고 대답했다.

 

곰은 좋은 방법이라며 동굴의 구석으로 가서 오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든 곰의 곁에서 호랑이는 묵묵히 자신의 쑥과 마늘을 먹으며 홀로 버텨내기 시작했다. 너무 맵고 썼지만 곰과 함께 인간이 되고 싶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열흘, 그리고 백일에서 하루가 모자란 날 호랑이는 지난날 곰이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환웅님은 너무 멋져, 나는 그분과 꼭 혼인하고 말거야

 

남몰래 곰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해서 곰에게 주고 곰이 좋아하는 꿀을 따기 위해 벌에게 쏘이던 기억들이 호랑이의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호랑이는 그런 날들이 좋았다. 그저 호랑이는 곰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았다.

 

호랑이는 잠을 자고 있는 곰을 쳐다봤다. 곰은 무슨 좋은 꿈을 꾸는지 웃고 있었다.

 

가만히 곰을 쳐다보던 호랑이는 남은 하루치의 쑥과 마늘을 쳐다봤다.

 

지난 99일은 고기를 먹는 자신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마치 살생의 죄를 씻어내라는 하늘의 벌인 것 같았다.

 

그렇게 곰과 마늘과 쑥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호랑이는 마른 몸을 한 채로 비틀대며 동굴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곰은 마지막 100일 큰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호랑이의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그곳에 호랑이는 없었다.

 

단지 조금 남은 호랑이 몫의 마늘과 쑥 뿐이었다.

 

곰은 하루 동안 왜 호랑이가 버티지 못하고 나갔을까 생각했다.

 

혹시 어디가 안좋은 것은 아닐까, 자신이 잠을 너무 오래 자서 심심해서 나간 것일까 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후 환웅이 신하들과 동굴로 들어왔다.

 

곰의 눈에는 하늘의 환인보다 자신의 앞에 있는 환웅이 더 빛나고 성스럽게 보였다.

 

호랑이는 어디로 갔느냐?”

 

환웅이 물었다.

 

곰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잘했다. 너는 지난 99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며 잘 버텨냈다. 사실 마늘과 쑥은 너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은 양을 보니 아주 잘해냈다. 너를 하늘의 힘으로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

 

환웅은 기쁜 듯이 말했다.

 

곰은 기뻤다.

 

비록 자신이 마늘과 쑥을 모두 먹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저 이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뿌듯했다.

 

이제 자신은 환웅이 사랑하는 인간이 될 수 있었다.

 

곰은 인간이 되어 환웅의 부인이 되고 싶었다.

 

너에게 웅녀라는 이름을 내리겠다.”

 

그렇게 곰은 인간이 되었다.

 

---

 

호랑이는 너무 힘들었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 자신에게 99일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비틀대는 몸으로 사냥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호랑이는 산의 왕에서 죽은 동물의 뼈에 붙어있는 살점이나 뜯는 나약한 존재가 되었다.

 

곰과 함께 있던 지난날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힘과 자신감이 넘치던 시간은 모두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호랑이는 비를 피하기 위해 나무 밑에서 쉬며 인간 마을 쪽을 바라봤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곰은 인간이 되어 행복할 것이다.

 

어쩌면 환웅과 혼약을 맺었을 수도 있다.

 

이제 자신은 그녀에게 괴수에 불과했다.

 

그녀는 인간이 되어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고 그저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저 호랑이는 묵묵히 빗속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

 

이 시기의 인간은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였다.

 

그들에게 자연은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다.

 

, 바람 모든 것이 그들에겐 재앙이 될 수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짐승은 그야말로 신의 벌이었다.

 

웅녀는 환웅과 혼인을 했고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들도 얻었다.

 

환웅은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고 그녀는 항상 행복했다.

 

웅녀님!”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왜 그러세요?”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다른 부족 사람들이라는데, 짐승들이 마을에 들이닥쳐서 우리부족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요,”

 

웅녀의 부족엔 짐승들이 쳐 들어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웅녀는 그녀 특유의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웅녀는 역시 환웅님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고 당분간 지낼 곳을 마련해 주었다.

 

웅녀는 행복했다.

 

부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고 있었고 사랑하는 환웅과 그의 아들이 있었다.

 

그저 행복하고 또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

 

웅녀의 부족을 바라보는 호랑이가 한 마리 있었다.

 

매서운 안광을 뿜어내며 커다란 발톱과 이빨을 가진 그는 인간이 되고자했던 그 호랑이였다.

 

시간이 지나 예전의 풍채를 되찾은 호랑이는 다시 산의 왕이 되어있었다.

 

그를 따르는 짐승들만 해도 여럿이었다.

 

호랑이는 마을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고양이로부터 웅녀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녀는 그녀가 바라던 대로 환웅의 부인이 되어있었고 자식까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랑이는 무표정하게 웅녀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호랑이는 항상 부족의 근처에 머물렀다.

 

다른 산의 호랑이가 웅녀의 부족을 공격하려 했을 때는 비록 막아냈지만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

 

다른 짐승들은 호랑이에게 왜 저 부족은 공격하면 안되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그저 호랑이는 묵묵히 그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호랑이가 웃는 모습을 본 동물은 딱 한 마리밖에 없었다. 고양이는 그저 호랑이를 한번 바라본 후 마을에 다시 가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익명 게시판 익명으로 작성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2461 NC소프트는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다! new 56분 전 41 0
12460 렙업하기 왜캐 힘드냐 2 new 10시간 전 123 0
12459 여자 옆에서 쳐다보면 좋다. 9 new 11시간 전 307 0
12458 열정이 불타오르지 않는 나태한 자신이 보인다면 이글을 보십시오 4 2024.04.19 302 0
12457 중1 수학... 6 file 2024.04.19 401 1/-1
12456 여자친구가 술마시는걸 엄청좋아해요; 9 2024.04.18 592 0
12455 헤어졌는데 그냥 덤덤하네요 7 2024.04.18 436 0
12454 조회수 1200만 수입 엄청 난가? 3 file 2024.04.18 720 0
12453 형님들 오늘 첫경험 했는디 18 2024.04.18 842 -2
12452 헬스장 1년 48만원 어떤가요? 7 2024.04.18 405 0
12451 회사를 못나가는 사람들의 두려움이란 심리 4 2024.04.18 252 -1
12450 진짜 별거 아닌 고민인데 9 2024.04.18 234 0
12449 증여세 관련 궁금증이 있습니다. 4 2024.04.18 210 0
12448 운전자 보험 관련 질문 5 2024.04.18 127 0
12447 전세 관련 질문이요. 2 2024.04.18 116 0
12446 런닝운동 질문입니다 8 2024.04.18 132 0
12445 부산에도 스타벅스 있어? 11 2024.04.18 295 -6
12444 핸드폰추천좀요... 7 2024.04.18 146 6
12443 경력직 이직..3개월(아마도수습기간) 퇴사 11 2024.04.18 299 0
12442 제 얼굴 어떻게해요 ㅠㅠ 6 2024.04.17 858 -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24 Next
/ 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