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저학력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은 스무살이다.
우울증이라는 건 평범한 사람들에겐 은연 중에 나타났다가 문득 보니 사라지기도 한다.
나는 그게 아니였다. 천천히, 내면 깊숙한 심연부터 조금씩 정신을 갉아먹고선 삶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매일같이 집안에 맴도는 우울한 기운에 침식당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폐용의 인간이 됐다.
스스로를 망가뜨린 것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만능감 때문이다.
허식과 모순으로 가득찬 내면을 알아차린 순간 몇십배는 더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 부질없는 고민을 하는데 허송세월을 보내고 사회에 떠밀리고 떠밀려 당연한 실패를 겪었다.
인생의 모든 것이 덧없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매일매일이 우울함과 불안의 연속이다. 그저 죽고싶다.
차라리 정신이 망가졌으면 좋겠다. 대체 나는 왜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걸까?
이 선천적인 예민함이 죽을정도로 싫다. 내 자신이 역겨워 거울을 보지도 않는다.
세상이 밉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증스럽다. 인간이 싫다.
세상이 내일이라도 멸망했으면 좋겠다. 기만으로 가득찬 허상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노력할 힘이 남지 않았다. 쓸모없는 인간이 됐다. 인간은 태어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다.
낳음 당하고 이 어딘가 나사빠진 세상 속을 살아가야만 한다. 진리라는 게 존재할까?
형이상학 따위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되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익하다. 삶에 희망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끝없는 거짓의 점칠로 죄악을 쌓아 갈 뿐이다.
모든 이들에게서 잊혀지고 싶다.
삶은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이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허상이다.
그렇다면 온종일 내 삶을 파괴하는 감정들은 대체 무엇일까?
생각할 힘이 없다. 그저 이 고독함 속에 파묻혀 죽고싶다.
아들러 심리학은 유아적 만능감에 기반해 너무 감성적이다.
확신도 없으면서 아들러 운운하는 작자들을 목졸라 죽여버리고싶다.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다.
기분전환 삼아 군대라도 다녀와.
그리고 독립해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