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에 대한 편견이 있던 사람으로서
편견을 가져와서 너한테 미안해.
내 말이 무슨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런 편견 가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좋은 사람 많을거야.
네 글을 보니까 갑자기 마음 한켠이 씁슬한거 같아서 나도 한소리 하게되네
내 첫사랑이 이혼 가정이었어.
익명사이트라 말하지만
평범한 이혼가정도 아니었어.
아버지가 범죄자라 이혼하게 된거였거든.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여기에 담기도 힘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 이상은 말할 수 없는 그 아이를 특정지을 수 밖에 없는 단서들 때문에 말할 순 없지만.. 그런 집이었어.
그 아이는 어린나이었지만 나한테서 미래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봐.
근데 내가 그런 생각을 받아주기엔 너무 어렸지 그때,
뜬금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핸드폰을 하는데 묻더라고.
"내 친구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해? 친구가 이혼가정 이라고 하면 너 부모님은 어떻게 보실까?"
결혼해서 애도 있고 마누라와 하루 종일 깨도 볶고 여러가지 지지고 볶는 지금 나라면 이 때 얘가 자기 얘기 한걸 알았겠지만 그때의 난 몰랐지. 너무 어렸지.
"우리 아버지는 좀 보수적이셔서 안 좋게 보실것같아."
그때 그 애는 밝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상처로 남았겠지?
별 생각도 안나고 잊어버린 첫사랑이지만 그 때 그렇게 말한게 아직까지 생각나고 미안하다.
평생 후회 세손가락 꼽으라면 꼽을 수 있을듯.
웃긴게 그러고 나서 우리 부모님도 이혼하시게 되었어. 정작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어.
부모님의 일이니까 신경쓰지 않았지. 이미 대학도 졸업한 내가 부모님 헤어진다고 엉엉 우는 것도 이상하잖아?
정확히는 별거라고 해야하나? 법적으론 문제 없고, 장인 장모님 같이 만나야하는 자리에는 같이나가고...뭐 그랬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장인 장모님도 솎이게 된게 된거지 결과적으로.
부모님이 별거중이라고 장모님한테 처음 말했을때 그간 내가 잘해와서 별 탈없이 넘어갔지만 장모님은 태연히 몇년을 속였다고 많이 놀라셨나봐.
나도 겪어보니 편견을 가진 사람도 많나봐.
가정의 평안을 중시하는 어른들입장에선 이미 이혼을 한 부모를 봤으니 자식들도 이혼할거라 생각하나?
근데 막상 나랑 내 와이프는 잘살아. 연예인 쇼윈도 커플, 로맨티스트라고 달달하게 예능도 찍고 뭐하고 sns에 자랑글 올리지만 결과적으로 이혼하는 애들과 다르게 개그맨 누구 부부처럼 서로 장난스럽게 욕도하고 게임도 같이하고 뜨거울땐 뜨겁고 권태기가와도 이겨내고 그러고 잘살아.
이혼가정에 대한 편견가진 친구인지 형님인지 동생인지 모를 님도 힘내고 잘살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