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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10:42

덕업일치의 삶

조회 수 1260 추천 수 5 댓글 9 댓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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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평온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혼자 멍때리다가 끄적여봄

 

본인은 소위 말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한 곳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음. 나이는 30대임

 

나도 내가 이렇게 가방끈이 길어질 줄은 몰랐음. 20살 새내기 시절의 나에게 돌아가 내가 지금 이 나이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하면 

틀림없이 심란해했을듯 ㅋㅋㅋ

 

천조국 유학생이라고 하면 보통 반응이 집에 돈이 많겠네~인데 그렇지도 않음

살면서 돈걱정해본 적은 없으니 은수저 정도는 되겠지만 돈이 많은 애들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유학나온 애들이지 나같은 대학원생은 아님

그렇다고 집안에 교수 의사 변호사가 널렸냐하면 그것도 아님. 부모님 포함 4년제대학 문턱도 못 밟아보신 분들이 대부분임

그래도 맞벌이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사랑을 듬뿍 주신 조부모님 덕분에 그나마 사람구실하게 자라서 감사하면서 살고 있음

 

나는 20대로 보내준다고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음

그 때 앞으로 뭐먹고 살지 미래를 걱정하고 내 적성을 찾느라 정말 고생했음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그게 지금의 나를 이루었다고 생각함

남들 놀 때 고뇌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거고, 엄밀히 말하면 아예 안 논 것도 아니고 내식대로 놀면서 

후회없는 20대를 보냈음 

직장생활경험까지 쌓느라 학부에서 바로 대학원 진학한 애들에 비하면 내가 여기서 나이가 좀 많은 한국인에 속하지만 후회는 없음. 왜냐면 다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거니까.
 
처음 혈혈단신으로 탑승한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이륙할 때 눈물이 찔끔 흘렀던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그게 거의 정확히 10년 전인데
그동안 안되는 영어로 여기서 철판깔고서 적응하고
초창기에는 마음이 약해져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질까봐 비행기표도 일부러 편도로 끊고
할머니한테 전화했다가 눈물 젖은 목소리가 나올까봐 꾹 참기도 하고
내가 과연 내게 맞는 옷을 입은 걸까,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고
잘나가는 동료를 보면서 자괴감도 들고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더 성숙해진 느낌이 든다.
누군가 그러더라구 - 박사과정은 지식만 쌓고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인성도 쌓는 곳이라고 (물론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인성을 쌓는 게 아니라서 인성 빻은 교수들도 심심찮게 보게되지만 ㅋㅋ)
 
입학 당시에는 너무나 멀리 보이던 졸업이 이제 눈앞에 아른거리니까
일년만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
나는 운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교수님도 완벽하진 않지만 굉장히 좋은 편이고
실험실 동료들도 좋은 편이고
여기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다. 이젠 솔직히 한국엔 소수의 친구들만 남고 여기에 친구들이 더 많아서 심심할 정도다.
연구가 항상 장밋빛처럼 잘 풀리는 건 아니지만
고생스러워도 존버하니까 (내 유일한 장점이 안될수록 사냥개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다) 이제는 내 연구분야가 점점 좋아진다
논문읽고 분석하고 글쓰는 행위가 맞는 옷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오래전에 한국에서 직장동료가
XX씨는 외모도 괜찮은데(농담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립서비스라도 듣기 좋았다 ㅋ) 왜 더 안 노느냐고 그러는데
나는 그냥 학교가서 연구하고 집에 돌아와서 조용히 하루 마무리하고 주위 소수 사람들이랑 소소하게 지내는 편이 좋다
걍 아싸 성격인 듯
 
앞으로 마무리도 잘해야 하고
졸업 후가 더 걱정이지만
그래도 내 길을 찾고 내일 눈을 뜨면 성취감을 느끼면서 (그에 비례하여 때로는 좌절감도 느끼지만) 몰두할 일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계속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길......
  • ?
    익명_30363889 2019.11.09 17:50
    미국 유학 갈 정도면 금수저는 아니지만 상위 20%안쪽의 유복한 가정인거야. 적어도 나는 집안에 돈을 빌릴 수 없어서 한국대학도 못가고 독일로 유학간 경우거든. 원래 있는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가졌는지 잘 몰라.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어디가서는 그런말 안하는게 좋아. 나만해도 솔직히 부럽거든. 근데 내가 부럽다는 애들도 많았어. 여튼 긴 유학생활 고생했고 앞으로 좋은 일이 많기를!
  • ?
    익명_53413850 2019.11.09 11:13
    ㅎㅎ 졸업 축하드려요 좋은 교수님 만난 것도 감사한 일이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ㅎㅎ
    나이가 30대 후반쯤 되셨겠어요 졸업 후 좋은 자리를 얻으시길 바라며 동시에 그 곳에 남게 된다면 영주권도 같이 얻을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ㅎㅎ
    저는 박사 졸업하고 기업으로 들어왔지만 지난날의 삶이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선택에서 아쉬움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아서 글쓴 분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네요 ㅎㅎ
    앞으로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 ㅎㅎ
  • ?
    익명_39395418 2019.11.09 15:06
    오 알린에 천조국 엘리트가 있었네ㄷㄷ
    가끔씩 살아온 썰 좀 풀어줭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이 두 문장은 좋아한다
    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 ?
    익명_30363889 2019.11.09 17:50
    미국 유학 갈 정도면 금수저는 아니지만 상위 20%안쪽의 유복한 가정인거야. 적어도 나는 집안에 돈을 빌릴 수 없어서 한국대학도 못가고 독일로 유학간 경우거든. 원래 있는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가졌는지 잘 몰라.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어디가서는 그런말 안하는게 좋아. 나만해도 솔직히 부럽거든. 근데 내가 부럽다는 애들도 많았어. 여튼 긴 유학생활 고생했고 앞으로 좋은 일이 많기를!
  • ?
    익명_68257766 2019.11.11 21:34
    @익명_30363889
    상위 20%면 금수저 아닌가?

    난 대학다닐때 환승제도 없어서 4년재랑 전문대중 전문대 택해서 갈정도 였는데...
  • ?
    익명_11988078 2019.11.09 18:37
    무슨 분야 하세요? 괜히 궁금해지네 ㅋㅋ
  • ?
    익명_27421832 2019.11.09 20:15
    형아 고생했네 박수쳐주고 싶다ㅉㅉㅉ
    근데 어떤분야인지는 말해줘도 좋지ㅎ
  • ?
    익명_19624354 2019.11.10 15:33
    군대는 마치고 가셨나보네요
    저랑 비슷한 케이스시네요
    졸업후 한국으로 돌아오시나요? 미국에 남으시나요?
    전 한국에 돌아왔다가 3년만에 다시 해외로 떠납니다
  • ?
    익명_68257766 2019.11.11 21:35
    뭐든 박사과정 밟고 있다면 그만큼 애착이 있는거고 잘 해나가리라 믿음~

    마음에 있는 이야기 털고 싶음 언제든 익게를 찾아오라고~
  • ?
    익명_25604842 2019.11.12 05:37
    생각보다 댓글이 많이 달렸네. 그것도 훈훈한 댓글들로! 별 기대 안하고 일기쓴다고 생각하고 두서없이 끄적인 글인데 고마워들.

    나도 내가 적어도 돈걱정없이 학부랑 석사과정 마친 거는 정말 감사하고 당연하게 생각 안해.
    미국으로 유학오면서 부모배경이 마치 자신의 성취인양 잘난척하는 애들 보면서 과연 내가 찢어지게 가난했어도 지금과 같은 성취를 이루었을까 몇번이고 자문했거든.
    솔직히 힘들었겠지. 아예 성취를 못했거나 했더라도 지금보다도 더 늦게 여기까지 오거나.
    근데 박사과정은 부모님한테 1원 한 푼 안빌리고 장학금이랑 조교생활로 번 돈으로 해결했다는 데에 조금이나마 자부심을 가진다.
    내가 가계부쓰며서 아껴쓰는 성격이기도 하고.
    암튼 요지는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분명 우리집도 상위권인 거는 맞는데, 유학나와보면 거짓말 안 보태고 주변에 절반 이상은 부모님이 기본으로 사짜직업이거나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교수라서 상대적 박탈감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라서 나는 상대적으로 유복하진 않은 환경이라고 한거야. 나도 내가 복많이 받은 편인 인생인 거는 인정하고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음

    전공은 자연과학이고 졸업 후 미국에 남을 생각입니다 (급 존댓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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