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이 넘었는데 극복 안되는 트라우마가 있음
물론 지금의 삶에 영향을 주거나 하진 않지만, 가끔 오늘같이 새벽에 악몽을 꾸고 일어남. 아주 가끔
남들 보기에 나는 나쁘지 않게 살고 아주 바른 사람(일 것 같음)
골때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별로 뭐 아쉬울거 없이 살긴 함. 그래봐야 월급쟁이고 잘나가는 자영업 한참 아래지만, 밥먹으러가면 메뉴에 가격 잘 안보고 시키는 정도 산다
각설하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나, 남들이 가지는.. 아버지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랄까 뭐 그런게 어떤건지, 감도 못잡음.
막연히 그렇겠다.. 라고 짐작만 할 뿐
내 아버지는 첫째 직업이 없었음
거지 같은 집구석에 살림이랄 것도 없는데 맨날 술먹고 다 때려부심
어릴때, 학생때는 학년을 올라갈때마다 아버지 직업을 쓰는 조사가 가장 괴로웠음 (그땐 학년초마다 애들한테 설문지 같은걸 돌려서 집안 경제력을 파악하고, 경제력 있는 학부모에게 감투 주고 돈 뜯어내는게 선생들 업무 중 하나였음.. 요즘은 그 조사 안한다고 들었는데, 선생들이 그렇게 물러졌나 싶긴 함)
근데 웃긴건 그때 그 조사지에 뭐라고 둘러썼는지 기억이 안남 ㅋㅋ
베프 중에 한놈은 나랑 똑같이 아버지 무직이라 그 조사지 쓸때 좆같았다고 얘기 하다가 베프 됨 ㅎㅎ
그리고 이런 기억들이 명확하게 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국민학교 5학년때 이전 기억이 별로 나지 않음
재작년 어느날, 엄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것임
아버지가 나 때릴때 못말려서 미안하다고
난 전혀 기억이 없는데
그때 못말린건, 말리기만 하면 더 팰거라는 아버지 으름장에 못말리셨다고 함
어쨌든 난 기억이 전혀 없음
내가 기억하는건. 아버지가 여느때처럼 술먹고 들어와서 엄니를 두들겨 패고 나서
나보고 실실 웃으면서 아빠가 엄마 좀 봐줄까?하던 얼굴
그게 열살 정도때였던 것 같음
그거 외엔 술먹고 지가 지 머리채 잡고 방바닥서 빙글빙글 돌고 있으면, 도망갈데도 없는 단칸방에서 얼어 있던거 정도?
아버지가 또 잘하던게 바람피는거 ㅎㅎ
참 돈도 안벌면서 또 바람까지 핀거 보면, 참 대단한 인간이었던거는 인정함 ㅎㅎ
맨날 술먹고 정신 없으니 사기도 잘 당하고
그거 갚느라 고생고생은 엄니가 다하고
가끔 약같은거 사가지고 동생이랑 나랑 다 같이 죽으려고 했던거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남. 근데 실행은 못하고 울다가 미수로 끝나고 나도 뭐 죽으면 죽는거지 하면서 자는척했던 장면이 기억남.
티비보면 아버지가 돈만 벌어와서 불행해요.. 사랑이 뭐 어쩌고..그런 말 하는 새끼들보면 뭔 배부른 개소릴하는건지 뚝배기로 울대를 올려쳐버리고싶음. 진심
맨날 불행했던건 아니고,
난 석간 돌리고 월급날 동생 중국집 데려가던게 젤 행복한 기억임
친구들이랑 병팔아서 버스비만 갖고 광안리 놀러가던 것도 좋았고.. 근데 사람들이 왜 우리근처로 안오는지 나이가 좀 들고 알았음.
헌책방 가서 전과나 문제집 사던 것도 진짜 쇼핑이랍시고 신났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개거지새낀데 ㅎㅎ
가끔 맞춤법 개정되면 헌책봐서 틀리고 ㅎㅎ 시팔 그걸 또 선생이 불러서 조지지. 왜? 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촌지 나올 구석도 없는새끼가 공부는 좀 했거든.
말은 시발 훈곈데 어떻게든 팰 구실 잡았던거고 난 왠만한 매는 별로 안무서워서 선생들 분 풀리라고 잘 대줬다
그중에 독한새끼는 시험때 잡아놓고 청소시킥고 집에 안보냄 ㅎㅎ 아 그 좀만한 선생질하던 새끼 찾아본다 본다 하다가 세월 다갔네
여튼 아버지한테 고마운건 맷집 길러준거 정도? 96년도 군대 가서 낮에는 팔하나 박격포 둘러메고 뛰어다니다가 새벽엔 줘 터져도 그냥 장난 같앴다. 그래도 후임이든 누구든 절대 때린적 없다. 단 한대라도 때리고 싶단 생각이 든 적도 없다
조또 맞아본 적도 없는 새끼들이 어설프게 후임들 때리는건 같잖기만 했고
요즘은 헌책방도 없드라만
친구들이 집털고 오토바이 훔쳐타고 할 때, 나도 집나가서 당장에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었는데, 나는 허튼짓을 할수가 없었다
고생하는 엄니 때문에
어릴때 아버지란 사람한테 어떻게 얻어 맞았는지 기억은 안나고 누가 얘기해주면 그런갑다 하지만,
오늘같이 새벽에 알 수 없는 악몽을 꾸면 그때로 돌아간거 같은 기분이 들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아마 어제 회사 사람 하나가 자기 아버지가 아프다고 뭐라뭐라하면서 한숨쉬고 괴로워하던데, 난 그 모습이 좀.. 이상했음
내가 못느끼는 감정이라
아마 그것 때문에 오늘 악몽꾸고 새벽에 뻘글 올리는거 같음
여기다라도 털어놓으면 좀 후련할라나?
세줄요약 뭐 할 거리도 아니고.
애 낳을 형편이 아니면 낳지마
만약 낳거나 기른다면
절대 때리지 마
나처럼 된다
나처럼 불혹이 넘어서도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 안고 살아야한다. 이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바꿀수도 없는 현실이고 고통이다.
하긴 시발 덜 된 인간이 이 글 본다고 애 팰거 안팰거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담아둘수는 있겠지
그러지마 애 때리지마라 그 애는 평생 괴롭다 어른이되고 아마 할아버지가 되도 그럴거같애
내가 후회가 되는건 정당방위랑 소년법을 몰랐기때문에 당한거였고 요즘 애들은 정보가 다 있어서 확실히 현실적으로 대응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