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한살 많은 과선배형이 있었습니다.
저 1학년 때 그 형이 이것저것 많이 사주고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만나서 술마시고 그랬던 사이었어요.
군대 다녀와서도 어찌저찌 연락이 닿아 가끔 만나서 술한잔 하고 그랬네요.
그러다 제가 대학교 4학년 쯤 되면서 소규모로 계속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사리분별도 잘 안되고 친한 형이다 보니 5-10만원 정도를 1년에 2-3번 빌려줬던것 같습니다. 물론 돈을 떼먹지는 않았고 바로바로 갚았어요
그러다가 제가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 되고 석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형이 저에게 계속 10만원 20만원씩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거의 두달에 한번 꼴로요. 집안사정이 어려워서학비내느라 생활비가 없다고 했습니다. 통장 잔고 캡쳐해서 보여주면서 돈없다고 하더군요
1학기때는 선뜻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마음이라는게 밥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쉬더라고요.
오직 돈필요할때만 연락하고, 그마저도 돈빌려달라고 얘기하려는 빌드업도 점점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이게 사람이 진짜 미치는게 의미없는 대화랑 안부를 한 1시간을 합니다.
거기다가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타지에서 하는 석사생활이다보니 빠듯한데 20만원씩 빌려주기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엄청 티를 냈겠죠 은연중에. 뭐 나도 집안사정이 어렵다, 나도 생활하기 벅차다, 돈 언제 주실꺼냐면서
뭐 그런식으로 몇번 왔다갔다 하다가 그 형이 저한테 '항상 내가 돈 빌려서 미안하다. 그러면 나한테 몇년있다가 갚을 테니 20만원만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고민을 엄청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닌거같아서 그냥 에둘러서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한두달있다가 갑자기 카톡으로 화를 내더라구요. 자기 엄청 힘들다고 니가 아니면서요. 엄청 당황했습니다.
근데 사실 힘듦이라는 사람의 주관적인 감정이잖아요. 저도 그 당시에 이리처이고 저리치이고 엄청 힘들었거든요. 일단 그 기세에 눌려서 돈을 빌려주었는데 점점 화가 났습니다. 아니 내 돈 내가 배려해서 빌려주는데 왜 내가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해서요.
그래서 돈 받을 건 받고 그냥 카톡 차단 해버렸네요.
후일담으로 그 형이 예전부터 토토로 돈 따는거 자랑하는 형이었는데 지금 좀 넘겨짚어보면 토토하느라 돈을 빌린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몇개월 있다가 문자로 자기 카톡 왜 안 보냐고 해서 다시 답장하려고 고민하다가 그냥 전화랑 문자도 다 차단했습니다.
친구들은 잘했다고 하는데 맘 한켠으로는 1학년때 잘해줬던 형 이렇게 매몰차게 정리하는게 맞었나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