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821 추천 18 댓글 8
Extra Form

10년을 아이들 하고만 살았다.


특수교육 4년, 유아레크리에이션 강사 3년,

유아 프로그램 크리에이팅 하며 또 2년.


마지막 직장은 예비사회적기업이었다.

동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를 운영했고,

그 안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잘렸다. 코로나의 여파였다.

아니, 일이 없다며 회사 내 다른 사업장에서

홀서빙을 하게 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그랬겠지 하면서도...

돌릴 수 없는 프로그램만 만지는 나를,

유튜브와 방문놀이 사업을 하려는 나를

꽁돈 받아가려는 월급 도둑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서 

노력과 절박함이 참 무색하고 아팠다.


그래서 작년 9월에 창업을 했다.

회사에서 준비하던 방문놀이 사업이었다.

그러나 만들었던 프로그램들은 회사의 것이었기에

모두 두고 나와 맨땅에 헤딩을 했다.


추문이지만, 회사는 내가 두고 나온 프로그램을

전문가도 없이 부분적으로 떼다가 쓰고 있다.

그렇게 디테일은 모두 사장되고 결국엔

나도 그들도 쓰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겠지.


그리고 나는 퇴직금을 마이너스로 만들었다.

내 통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잔고가 남은 적이 없었다.

자신은 있었는데 왜 이렇게 안 되는 걸까.


한 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는 수업이었다.

초창기 고객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신규가 없다. 아니, 있는데 못 쓴다.

빈 스케줄 생기면 연락달라는 사람은 14명이나 있었지만 내 스케줄은 꽉 차 본 적이 없다.


애들 하원하는 평일 4시부터 5시.

그때 아니면 나는 죽어도 안 한다는 사람들 뿐이라서.


내 29개월 된 아들과 와이프를 먹여살리려고

주 7일을 각오하고 오는 일 마다하지 않는 중인데

주말엔 노쇼가 상당하다.


예약금을 꿀꺽하는 것이 마땅하나

리뷰가 두려워 다른 날을 잡아 보강을 해주고..

동선이 맞지 않아 시간과 기름을 다 버리고

나는 많이 피폐해졌다.


창업 9개월 차.

이제 폐업을 준비할까 한다.

참 열심히 했다.


지금은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옛날에 직장 다닐 적에는

누가 나보다 잘 나갈 때

내가 더 잘 할 거라는 호승심이나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죽고 싶은 마음으로

몇 개월을 살아보니 그냥...

나 말고는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힘든 거 모르고들 살았으면 좋겠다.

창업 9개월차.

사람에 질리고, 돈에 질리고

많이 아팠다.


이제 그만 해야지.

다들 잘 살아라.

파이팅.

  • ?
    0-0 2021.06.15 02:20
    기운내 우리 삶도 버티다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조금 더 길게 쓰자면
    부모님께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가게를 하고 계시는데
    잘 되기 전에 앞에 망한 가게가 3개가 있어
    폐업을 하면서 대출금 갚고 이리저리 따져보면 본전이었던 것 같아
    우리 가족의 인건비를 건지지 못 한 것 빼고는
    그래도 네번째에 잘 되시더라

    안되면 다른거 하면 되니까 기운 냈으면 좋겠어
  • ?
    끼융 2021.06.15 11:51
    아이들 케어하는 일을 오래한 형이면 엄청 밝고 에너지 넘칠텐데
    뒤에서 이렇게 힘들어 하는거 보니깐 마음이 안좋네.

    열심히 하다보면 뭐 하나 걸리게 되어 있더라.
    형은 아직 그걸 찾는 중일 뿐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도
    아들이랑 와이프 생각하면서 같이 힘내보자.
  • ?
    0-0 2021.06.15 02:20
    기운내 우리 삶도 버티다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조금 더 길게 쓰자면
    부모님께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가게를 하고 계시는데
    잘 되기 전에 앞에 망한 가게가 3개가 있어
    폐업을 하면서 대출금 갚고 이리저리 따져보면 본전이었던 것 같아
    우리 가족의 인건비를 건지지 못 한 것 빼고는
    그래도 네번째에 잘 되시더라

    안되면 다른거 하면 되니까 기운 냈으면 좋겠어
  • ?
    IlIlIIlIl 2021.06.15 08:07
    지금 각오로 다른 일하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일반 기업체도 알아보면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거에요
  • ?
    GG 2021.06.15 10:02
    그쪽 업계는 잘 모르지만

    꼭 아이들에 한정지어서 하시기 보다는

    아동쪽 아니더래도 노인쪽도 공부하시고 해보시면

    충분히 괜찮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인쪽은 이미 포화상태처럼 보이긴 하지만

    노인복지시설(요양원 등)을 생각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 ?
    끼융 2021.06.15 11:51
    아이들 케어하는 일을 오래한 형이면 엄청 밝고 에너지 넘칠텐데
    뒤에서 이렇게 힘들어 하는거 보니깐 마음이 안좋네.

    열심히 하다보면 뭐 하나 걸리게 되어 있더라.
    형은 아직 그걸 찾는 중일 뿐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도
    아들이랑 와이프 생각하면서 같이 힘내보자.
  • ?
    선물 2021.06.15 13:41
    전 사업 이제 3년차인데, 본 제품 출시를 아직도 제대로 못하고
    사이드 제품만 출시해서 손해 조금만 매꾼정도에요.
    대출 다 풀로 받았구요. 그래도 아직 결론이 안난거 같아 계속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게 실패해도 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길로 이어질 경험을 쌓았으니, 빚은 계속 가지고 가겠지만
    이자만 낼 수 있다면 못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 안되면 아내도 직장 내보내야죠.
    모두 힘내요!!
  • ?
    마듀커스 2021.06.15 14:48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힘내죠.....
쑥덕쑥덕 자유게시판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962 피싱문자중에 이런것도 있내요 조심하세요! 1 루피 2024.05.15 1052 7/-1
2961 저 많이 심각한가요? 6 행복청년 2024.05.13 1590 -1
2960 눈치 제로인 사람 5 앙꾸 2024.05.13 1458 -1
2959 카톡 잠심 먹통이었던분?! 3 펭귄또륵 2024.05.13 1248 0
2958 요즘 일본 관련 유튜브 투표 근황.jpg 1 file 지나가요오 2024.05.13 1310 -1
2957 혹시 폰 검색 저만 안되나요? 2 file 쭈리스 2024.05.11 1739 0
2956 로또 당첨,,, 꿈이라도 ㅠ 4 노랑파랑초록 2024.05.09 2180 2
2955 1년내내 이런날 1 앙꾸 2024.05.09 2094 1
2954 옛날 오락실 게임 할 수 있는 곳 1 pictionary 2024.05.08 2381 1/-1
2953 제습기 추천 받습니다 10 꿀핫정보보보 2024.05.08 2312 0
2952 선업튀..재밌네요 ㅋㅋ 펭귄또륵 2024.05.08 2319 -2
2951 해외 많이 가시나요 1 영라 2024.05.08 2277 0
2950 에스컬레이터에서 4 fg568 2024.05.07 2444 0
2949 누군가가 너무 짜증날 때 3 앙꾸 2024.05.07 2423 0
2948 눈물의여왕 끝나니까 2 바오파오푸바옹 2024.05.07 2446 -1
2947 제발도와주세요 ㅠㅠ 22 file 룰루 2024.05.06 3137 2/-2
2946 종말의 바보 4 싸이콩 2024.05.05 3229 2/-1
2945 리디북스 앱 쓰시는 분 계시나요? 존시커 2024.05.03 3327 0
2944 도금 원래 잘 벗겨지나요?? 2 꿀핫정보보보 2024.05.02 3628 0
2943 진짜 괘씸한 사람 3 노랑파랑초록 2024.04.30 4263 -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9 Next
/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