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래 사귄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한 100일정도 사귀었었나?
왜냐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사이였거든요.
여자친구도 농담으로 저한테 더 상처받기전에 차달라고 하는 정도였으니까요.
저희는 같은 사무실에서 사내연애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얼굴도 오래볼 수 있고, 동종업무를 보기때문에 서로 의지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해낼 수 있다고도 생각했었구요.
그런데 같은 공간에서 9시간동안 얼굴을 마주한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더군요.
직장 상사한테 깨지는 서로를 보고만 있어야하고, 서로의 관계를 숨겨야하고, 그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풀고.
그런 자잘한 감정싸움이 있던 중, 결국 여자친구를 울리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울자 제가 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더군요.
나는 어리기 때문에 바로잡을 시간이 있지만 여자친구는 정말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할애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자친구를 많이 생각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운동을 하고있던 터라, 평일은 퇴근 후에 겨우 1시간정도밖에 만날 시간이 없었지만 운동을 포기하고싶지도 않았구요.
또 관계를 이어나간다고 할지언정 제가 이 사람을 소중히 여길까?
나이차이도 있고, 주변인들한테도 떳떳히 밝히지 못할 관계를,
어차피 끝이 정해져있는 만남인데, 서로에게 더 소중한 사람이 되기전에 헤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이기적이게도 여자친구를 울린 당일날 헤어지는 게 좋은 거 같다고 전했습니다.
처음에는 저한테 고맙다고 하더군요.
더 상처받기전에 용기내서 말해줬다면서요.
한번 여자친구가 저를 붙잡기 위해서 저를 찾아오기도 했었는데
저는 이미 마음을 다잡은 상태였고,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을 전했습니다.
여자친구도 헤어지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수긍했구요.
그렇게 헤어진 뒤, 여자친구는 2주정도 일을 계속하다가 다른 직장으로 이직했습니다.
이직은 여자친구가 지금회사에서 너무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이직하는 게 어떻냐고 제가 충고한거였고,
몇 주 전부터 결정된 일이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습니다.
뭐든지 자기를 탓했었고, 생각도 많았습니다. 주로 자기한테 부정적인 쪽으로요.
저는 늘 자신감을 가지라고, 좀 더 자기를 소중히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습니다.
물론 저도 잘 못해줘놓고 이런 말 했었다는 게 웃기지만요..
어쨌든 그런 사람이었기에 처음엔 굉장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마지막 날, '나 때문에 회사생활이 힘들었던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련해보였고, 저에 대해서도 딱히 생각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나고, 저두 저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갔습니다.
일에 파묻혀 살았고, 취미로 하던 운동도 전문적으로 하게되면서 이 사람이 없는 일상에 적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진지 3달이 조금 넘어가던 쯤, 그 사람이 저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이직한 회사에서 잘 안되서 너무 힘들다, 그래도 나 덕분에 지금은 자신을 좀 더 소중히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식으로요.
처음에는 반갑기도하고 궁금했던 근황을 듣게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못해준 기억뿐인데, 이 사람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여겨져서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정도 톡을 주고받다보니, 저에게 의지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안아주면 안되겠느냐, 취해서 연락해도 모른다 등으로요.
그때부터 좀 더 단답으로 대답하고 차갑게 대답했던 거 같습니다.
그 이후로 한 4일정도 연락이 없었는데, 어제 대뜸 운동 가기전에 나좀 보고가지... 라고 톡이 와있었습니다.
일전에 술 취해서 연락하면 무시해달라고 언질한 적이 있어서 답장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자기가 메이크업을 했는데 보여줄 사람이 없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톡이 오더라구요.
"이제 저한테 그런 거 보여주지마요"
라고 말하니 안아주는것도 안되지? 라고 답문이 왔습니다.
이때 아차 싶더라구요. 괜히 내가 확실하게 안하니까 더 의지하려하고 미련이 남는구나.
이제 연락하지마세요. 라고 답장보냈습니다.
알았어. 라는 답문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카톡을 확인하니 프로필사진 목록을 죄다 내리고, 이름도 알아볼 수 없게 점 하나로 바꿔놨더군요.
저는 이 이상 이 사람과 연을 이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이미 제 마음의 정리는 끝났고, 후련하게 모두 비워내고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이 사람에게 더 손을 내민다면 정말 나만 의지할 거 같아서 걱정됩니다.
하지만 연약했던 이 사람이 혹시나 잘못된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도 걱정 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알고있잖아?
너는 쟤가 원하는걸 줄 수 없다. 줄 마음도 없고.
다시 사귀고 결혼하고 싶어?
애가 의지하는데 어쩔 수가 없어? 아니지. 너도 알고 있는것처럼 니가 받아주면 더 의지하게 될걸?
어쨋든 그 여자는 살 수 있고 가끔 너한테 연락하는 수준인거 뿐이야.
다른게 생기면 잊고 지 갈길 가겠지.
니가 만약 좋은 기회다 섹스파트너로는 지내고 싶다가 아니라면
끝난 관계는 끝난 관계로 놓는게맞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