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첫사랑이 중딩부터 고딩까지였는데 같은 학교 누나였음. 참고로 짝사랑이었고.
첫사랑이 짝사랑이라 그런지 평생을 가도 못잊을 거 같긴 해.
같은 학교 누나를 좋아할 일이 얼마나 있겠냐만 그 당시 같은 학원을 다니다가 스쳐 지나가면서 반했었지. 처음엔 그냥 성격이 잘 맞아서 이상하게 말을 붙이게 되고 점점 따라다녔던 거 같아.
나보다 1살 많았었는데 중딩때부터 그 누나 고2 때까진 진짜 친하게 지냈었지.
근데 진짜 이상한 건 고딩 때 누나가 누구랑 사귄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정말 다른 감정은 없었던 거 같아. 뭐 질투라던가, 허탈하다던가..
그냥 그 누나랑 내가 친하게 알고 지내는 것만 해도 너무 좋았어. 이건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사랑에 에로스, 플라토닉, 아가페라는 게 있고 그 당시 나의 첫사랑은 분명 아가페적이었던 거 같아.
마치 종교의 지도자를 믿듯이 그냥 너무 좋았었지. 난 알 세대라서 그 누나랑 떨어져서 문자를 주고 받으면 마치 같이 있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니까.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기 전 2G폰 쓸 때까지는 그 누나랑 오갔던 문자도 전부 갖고 있었는데...
그 누나는 고2가 되니까 입시 준비한다고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연락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더라. 이 때 고백도 했었지. 근데 고백을 해서 '이 누나랑 사귀어야겠다' 라는 생각보단 그저 여태까지 짝사랑해왔던 내 맘을 알리고 싶었어. 그래서 고백도 "오랫동안 좋아했었다. 누나는 공부하느라 너무 바빠서 지금처럼 연락이 점점 없어질 거 같아 내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서 말했다. 바쁘게 지내더라도 난 우리가 소홀해지는 일 없이 앞으로도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라고 했었지.
그 이후로는 뭐 연락도 점점 더 뜸해지고 결국 그 누나가 졸업할 때 즈음엔 연락을 전혀 못했고 '이젠 더이상 못보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체념했었어. 대학교 가서 다른 애들과 썸에서 연애로 이어지려고 하면 자꾸 그 누나를 사랑했던 때가 떠오르더라.
중딩 때부터 호감을 가져서 고딩때까지.. 좀 과장 해서 말하면 진짜 미친 것처럼 좋아했었는데 내가 다른 사람이랑 사귀려고 하니까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고. 내가 다른 사람을, 그 때 그 누나를 좋아했던 것처럼 혹은 그보다 더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까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는 거야.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일단 사귀어 봤는데도 뭔가 자괴감이 들더라고. 상대방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결국 그 당시 여친이랑은 진짜 안 좋게 헤어지고 그 이후로는 여자를 안 사귀어서 이젠 20대 후반인데... 문득 그 누나 생각이 나서 주절주절 글 써봤어... 이제 치킨 와서 치킨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