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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하고 싶은건 아니고 결혼 조건을 따졌을 때 내가 어느 정도 위치일지 궁금해서 결혼 정보 사이트에 내 스펙을 올려 두니까 한 10분 정도 후에 상담사가 전화 오더라.

 

큰 목적도 없는데 괜히 상담사 시간을 뺐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받을까 말까하다가 끝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결혼 정보업체 아무개입니다. 홍길동씨 맞으시죠?

 

이런 식으로 인사하고 내가 작성해둔 스펙을 간단하게 확인하더라. 뭐, 키는 몇 이냐ㅡ 애인은 있냐ㅡ 하시는 일은 뭐냐ㅡ

순탄하게 진행하다가 상담사가 결혼 생각은 있으시죠? 이러길래 네, 물론이죠. 이렇게 대답하니까 신나게 웃더라.

 

웃으니까 재밌어서 나도 따라서 웃다가 상담사가 보통 이런 질문하면 어물쩡거리거나 잘 모르겠다고 하는게 대부분인데 확실하게 답하니까 상당히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나도 기분이 좋아서 맞장구 좀 치고 간단한 농담도 주고 받다가 상담사가 연봉은 어떻게 되냐고 묻길래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2100만원이요. (29세, 기기제조업체 대리, 3년차)

 

이렇게 얘기하니까 갑자기 정적이 흐르더니 결혼 상대를 가까운 주변에서 알아보라면서 최소 3000만원은 되야 진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상담사가 솔직하게 얘기해주겠다며 보통은 그냥 결혼업체에 가입시키려고 연봉이 적어도 가입권유를 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버는 돈이 너무 적다보니 업체에 상담 받는건 그냥 포기하라면서 아쉬워하더라.

 

나도 호기심으로 해본거라 별 미련없이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진득하게 여운이 남는건 어쩔 수 없네.

 

지인들한테 얘기할 만한 건 아니라서 말은 못하는데 답답해서 구글에 익명게시판 치고 찾아 들어와서 글이나 남겨본다.

 

오늘은 하늘에 먹구름이 낀게 술 한잔 하기 좋겠다..

다들 돈 많이 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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