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그렇게 돈에 구애받은 적도 없었고.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사는 집은 아니지만 중상위층이라고는 봐.
내가 태어날땐 도시변두리에 시장에 있는 작은 전셋집에서 태어났어.
아버지가 작은 회사 하시는데, 직원은 10명정도? 지금은 대략 연매출 20억정도의 작은 회사야.
일이 나름 잘풀려서, 중학교때 도시로 이사왔어. 6층짜리 90평정도되는 집을 짓고 1층부터 5층까진 건물 세를 놓고
6층엔 우리집이야.
거기서 중고등학교를 보냈고,
과외도 하면서.. 솔직히 이땐 내가 철이 덜들어서 공부를 제대로 안한바람에
수능보고 지거국 공대로 들어갔어. 그래도 나름 취직은 잘 되는 과이긴 하지만.
군대는 갔다왔구. 신검 4급받고 공익으로 갔다.
공익끝나고 바로 복학해서, 지금 올해엔 대학교 4학년이 된다.
근데 내가 이번에 방학때 아버지 일을 돕게 됬어.
내가 지금 하는건 거래처에 납품을 하는 일이야. 택배기사일이랑 비슷하다고 보면되.
아침9시부터 저녁6시반정도..(저녁 6시가되면 거래처 사람들이 거의 다 퇴근해서 일 할수가없어.)
원래 하던사람이 말도없이 갑자기 그만둬서
인수인계도 못받고 진짜 말그대로 급하게 땜빵식으로 내가 투입됬어.
내가 차를 운전해서, 거래처 가서 차를 대놓고 물건을 납품하는 식이야.
근데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고 내가 하다보니까
난 운전도 예전에 면허따긴했지만 계속 운전안하다가 2달전에 학원에서 연수받았고, 아직 주차실력도 부족해.
그런데 거래처에 가서 주차자리를 찾고, 차를 잠시 대놓고
거래처가서 담당자 위치 찾아서 물건 납품하고 이런게 너무 힘든거야. (대략적인 위치는 설명해주긴하지만 막상 가보면 너무 찾기가 힘들더라고. 성격도 낯을 좀가려서 사람들한테 잘 물어보지도 못해..ㅋ)
가뜩이나 도로도 복잡한데, 큰 병원이나 관공서같은경우 주차시설이 되어있지만,
솔직히 주차 시설이 되어있어도, 차들이 너무 많고 주차된차도 많아서 막 엘베없는 철골 구조물로된 주차장에 주차하게 된 경우도 있어서.
예를들면 납품장소는 지하1층인데, 상층 주차장에 주차하면 많은 짐들을 다 손으로 날라야되..
짐들이.. 무거워서 짐카에 실어서 날라야되는데
계단이 있으면 안되잖아.
뭐 주차요원한테 사바사바해서 납품해야되니 잠시 자리좀 가까운 내줄수없냐고 할수도있는데
첨할땐 그냥 안내하는 주차자리로 갔다가 다시 차끌고 나갔다가 빙돌아서 다시 들어오는등.. 엄청 삽질했어.
그리고 작은 병원이나 조그만 건물같은 경우는
주차장도 없어서 어쩔땐 도로에 깜빡이 켜놓고 주차해놓고 갔다와야되. 사람들이 차빼라고 뭐라할때도 있고.
어느정도 규모있는 병원은 납품장소도 못찾아서 몇바퀴 헤멘적도 있고.
운전초보인데다가, 골목골목 들어가서 납품해야되는 곳 있으면 초보 운전실력으로 거기 길 찾는다고 시간허비하고.ㅋㅋ
솔직히 이런말을 하면 안되지만, 익게라서 그냥 생각이 든걸 말해본다.
내가 택배같은 일을 한다는거 자체가 너무 쪽팔리는거야.
사람많은 곳에서 목장갑끼고 짐가득싣고 짐카 끌고 다니는거 자체가 너무 쪽팔렸어.
솔직히 짐나르고 이러면 머리도 헝클어지고, 옷도 꾀죄죄하게 보이잖아..
이런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건 아닐까하고.
여튼 이런일을 하다가 너무 짜증이나서, 아버지한테 짜증은 낼수없으니, 어머니랑한테 짜증도 냈다..
내가 대학다니면서 왜 이런 일을 하는걸까.
난 진짜 공부열심히 해서 이런 일은 절대 안해야겠다고 다짐도 해봤고.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태어날땐 못살던 우리집이
왜 지금엔 많이 나아졌을까.
왜 아버지가 중간에 허리를 다치셔서 고생했을까.
지금은 회사 사장이시고 하니까 이런일은 직접 안하시지만
다 내가 지금하는 납품일을 회사 초기에 혼자서 몇배나 더 열심히 하신거더라고.
거래처 사람들 접대도 해가면서...
지금 내가 하는일,내가 하는걱정등등은 새발의 피였지..
그래서 지금 이만큼이나 살게 된거고. 다른 대학생들 학자금 대출이다 뭐다 할때
난 등록금에도 구애받은적도 없었고..
이런생각이 드니까 번쩍 정신이 들더라. 다 우리 아버지 일인데 왜 난 매사에 불평만했을까.
그거 조금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솔직히 그래. 나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 사람도 많겠지.
하루하루 생계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바 혼자해가면서 근근히 사는 사람들 눈에는
내가 지금 하는 생각들은 너무 편하게 살아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사회생활 해보지도 않은놈이
쓸데없는 편한 걱정한다고 욕도 먹겠지.
나에비해서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놀면서 호위호식하는 사람들도 많을거고.
하지만 내가 이렇게 살수있다는거 자체가 부모님의 희생이란걸 깨닫지 못했지.
솔직히 내일 토요일 아침에도 납품을 나가야해.
그래도 하기싫은건 어쩔수없나보다..ㅋ 나도 이런 내가 싫다.. 일하기 전엔 제발 스트레스받지말고 불평하지말고 기분좋은 마음으로 하자고 다짐했는데
막상 일하게되면 또 불평하게되고 내가 이 일을 왜해야하나 회의감도 들고 짜증나고 쪽팔리고 그래..
내일 해야할 일을 생각하니..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
그냥 생각이나서 적어본다.. 개소리지만 이해해주길바래.. 익명게시판이니까.
읽다중간에 이새끼병신이네 생각했다가 다읽고 내생각이틀렸네 병신까진아니네 했다
ㅋㅋㅋㅋ 부모님어깨주물러드리고 발닦고 자라
내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