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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나 하려 들렀다 갑니다. 폰으로 쓰는데가 두서없이 쓰는 점 이해해주세요.

 

아마 2011년 7월 31일 또는 8월 1일. 이전까지 인생은 나름 순탄했다고 생각합니다. 순탄했다보니 실패를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현재까지 살아왔고, 과거의 제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변해버렸습니다.

 

11년 7월 전까지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도전해서 다 성공했습니다.

나름 괜찮은 국립 대학, 경제학과 재수해서 들어왔고

교환학생 두 번만에 성공.

자격증들 두 번 안에 전부 취득.

저는 언제나 2번 안에 성공했습니다. 편의상 "2번의 법칙"이라 지칭하겠습니다

 

그러다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11년 8월부터 시작했던 회계사 시험에서 2번의 법칙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제 인생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쟁취한 성공들을 얻는데에는 작은 노력만 해왔던 저였습니다. 그러나 회계사 시험을 준비할 땐 정말 제 혼을 갈아넣으며 노력했던 것은 처음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2번의 법칙이 깨졌다는 낯선 경험 때문이었는지, 지쳤던 것이었는지 그 이후의 행보는 최악이었습니다.

 

2번의 실패를 겪으며 회계사는 저의 길이 아님을 어렵게 받아 들였으나

남들 취업 준비할 시기에 어영부영 시간을 축내기 시작합니다. 학점도 망가졌구요. 이후 대기업 자소서 쓴다고 썼지만 서류에서 수없이 광탈하는데요..앞서 말씀드렸듯이 "2번의 법칙"이 깨진데다 2년동안 정말 혼을 갈아 공부했던 것을 포기했던 것이 수습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많이 지쳐버렸던 것 같습니다. 당연시 여겼던 성공들이 연달아 무너지면서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몰라 그저 상황을 회피하고, 방황하고, 살짝 자포자기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대기업을 어영부영 준비하였고, 이 때부터 나태함이 서서히 저를 잠식해왔지만, 저는 이를 이겨낼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은 듯 합니다. 지금까지도요.

 

어쨌든..그렇게 광탈에서 무너진 멘탈을 제대로 수습하지도 않고, 꽉 찬 나이의 압박감 속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것인지 2년 동안 준비하던 사기업은 접고, 공기업을  다시 2년 준비합니다. 공기업을 준비할 때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스펙(자격증, 토익 9xx점, 봉사활동 등등)을 쌓고 공기업을 준비하지만, 역시나 서류 광탈의 연속..(남들은 한 학기에 보통 50개가 넘는 지원서를 쓴다고 하지만, 저는 사기업을 쓸 때도 그 절반 수준에 미칠까 말까였습니다. 이것은 게을러서라기보다 지원동기를 쓰는게 남들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다보니 그런것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류가 넘어갈 확률도  자연스레 낮아졌겠거니 생각합니다.) 회계사 시험에서 시작된 실패가 사기업 2년의 서류 광탈, 공기업 2년의 서류 광탈..(서류 통과한게..4년 합쳐 열 손가락에 꼽습니다. 저 취업스터디도 매 학기 결석없이 참여하며 자소서도 첨삭했던 놈입니다 그래도ㅠㅠ)

 

이쯤되니 정말 지치더군요. 물론 제가 매 순간에 치열하지 못했던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심적으로 위축되고 지친 상태에서 제 자신을 억지로 쥐어짜 스펙도 남들정도는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4년 내내 서류 광탈이 이어지니 시간이 지날수록 게으름이 늘어갔습니다. 예전에는 투입한 노력 대비 결과가 나온 반면, 노력 대비 결과가 0인 상태가 오랜 기간 되다보니 점점 제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게을러지고, 게을러졌습니다.

그래도 토익 점수가 만료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2년 만료되기 전 6개월동안에는 급한 마음에 공기업 정규직 뿐만 아니라 계약직도 조금씩 썼습니다. 계악직은 면접도 봤는데 뽑아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더군요.(누차 말씀드리지만, 취업스터디에서도 모나게 굴지 않고 언제나 재밋게 참여했고 면접 피드백도 열심히 경청하면서 바꿔왔던 저였습니다. 저 진짜 별난 애 아니예요..ㅠㅠ)

 

대학교가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국립대. 나름 스펙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계약직도 안뽑히는 제 자신을 보면서..결국 공기업까지 포기하니 어느덧 2017년 12월. 나이는 33살을 1개월 앞둔 32.

 

눈을 낮춰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라는 말. 정말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 생각도 했었지만 그렇게 중소기업을 들어가면 정말..현직에 있으신 분들이 보신다면 저를 욕하실 수도 있지만, 저마저도 그동안 살아온 저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에..귀를 닫고, 눈을 가린채 다른 길을 다시 한 번 선택합니다. 소방공무원이 되겠다고 말이죠.

게으름이 습관처럼 되버렸지만 그렇게 다시 도전을 합니다..

2017년 12월부터 딱 2년이 되었네요.

제 스스로도 인정합니다. 정말 게으름이 습관처럼 되버린 것을요. 저는 이렇게 되버린 상황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매순간 치열하지 못했던 안이함과 게으름을 부린 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또한 모두 저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지난 2년동안 항상 아침부터 밤까지 독서실을 가지만, 공부하는 날보다 공부는 하는둥마는둥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스스로도 고치려하지만, 회계사 시험에서의 좌절, 4년 동안의 실패에서 쌓인 저의 어두움이 만들어낸 게으름을 떨쳐내기가 참 힘듭니다.

일주일 중 하루만 방심해도 중심을 다시 잡는게 참 어려운 날들이 2~5일지속됩니다. 이런 제 자신이 정말 싫고, 고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제가 한심하고 한심해서..이렇게 5~6개월만에 사이트를 방문하여 넋두리하며 제 발등을 제가 찍는 심정으로 글을 남깁니다.

 

20대 중반, 남들과 다른 삶을 꿈꾸며 전문직 시험을 준비했던 것인데..다른 의미로 남들과 참 다른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남들은 이미 한 가정의 가장, 또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아니면 최소한 번듯한 직장을 다니며 효도라도 하는데 34살 막바지에 있는 저는..한심하다는 생각, 그동안 뭐했나라는 생각이 가득해지는 밤이네요. 다 저의 잘못이고, 핑계인 것을 알지만 저는 회계사 시험을 포기하던 그 순간에서 단 한 발자국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 것 같아 괴롭습니다.

 

말로만 한심하다고 하면서 독하게 마음먹고 고쳐내지 못하는 이 자체도 한심한 저입니다.

 

부디 여기계신 여러분들은 저같이 한심한 인생을 살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 ?
    익명_44228573 글쓴이 2019.12.22 01:08
    회계사 시험 2년
    사기업 2년
    공기업 2년
    공무원 준비 2년. 총 8년입니다. 기간에 혼동이 있으실까봐..ㅠ
  • ?
    익명_03181863 2019.12.22 01:45
    누구에게나 껄떡 고개가 있죠. 그 고개를 지금도 넘지 못했고 그 이후부터 발전이 없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보고 한심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패와 좌절은 학습되는 것이기에 도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실 성공이나 합격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글쓴이께서 잘 알고 한심하게 여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존재만으로도 수고했고, 고생했으며, 나름 치열하게 살아온 것이니까요.
    다만 이제부터 하나씩 익숙한 것들을 절연합시다. 그리고 성공의 습관, 성취의 습관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합니다. 공부 등이 잘 안되었던 공간은 떠나세요. 운동 시작하시구요, 아침에 이불개기, 일기 쓰기 등 이런 하찮게 보이고 중요해보이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작게작게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워서 실천해나가시길 바래요. 보잘것없는 실천과 하찮은 성공들이 모여서 마음과 감정에 강한 근육을 만들어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아직 40년 50년 더 넘게 살건데요. 포기하지 않으시기를, 힘내시기를 조심히, 그리고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고 글쓴이님 자책하지 마시길 바래요. 경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취업 등이 안되는 거에요. 취업이 안되는 이유 80% 정도는 글쓴이님을 포함한 20~30대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경제 등 외부사정에 의한 것이니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
    익명_46094996 2019.12.22 04:24
    힘내세요!
  • ?
    익명_40485311 2019.12.22 09:04
    공무원이 많아지면 급여 제공을 위해 세금이 늘어나는게 인지상정이라 자리는 한정적이고 점점 세금 항목만 늘어나서 집사고 차사고 담배피고 술먹고 밥먹고 물건사면 때이는 세금만 90%에 가까운지라... 사회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본인이 게을려서 남들보다 못해서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셨으면 하네요 ㅠㅠ 힘내세요 ㅠㅠ
  • ?
    익명_44845462 2019.12.22 11:08
    좆소 다니는 입장에서 한마디 하자면,

    니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절대로 좆소로 시작하지 말아라.
  • ?
    익명_20671292 2019.12.22 14:35
    음.. 나랑 비슷하다..

    나도 30될때까지 쓰니랑 비슷하게 시간을 보냄
    그러다가 아무런 회사에서도 안받아주게되는 퇴물이 되었음

    현재는 개발자로 전향해서 개발자로 살고 있음
    길이 아주 없는건 아님!! 힘내!!
  • ?
    익명_84396732 2019.12.23 08:58
    내가 노력했다고 꼭 결과가 좋은건 아니더라구요. 극소수만 뽑는 공기업, 회계사는 님보다 더 열심히한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해야겠죠
    수험생활을오래하신거보니 집에서 뒷바라지 해줄 여력이 되는거같은데 절박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한번 돌아보세요

    저같은 경우는 경제적 형편이 안되어 수험생활은 생각도 못했고,얼른 취업해서 돈버는게 목표였는데 200군데 이상 광탈했었습니다. 스스로 너무 길어지면 답이없을거같아 시점을 정하고 그때까지 되는데가 있다면 급여안따지고 중소라도 무조건 간다고 해서 갔습니다.

    그 이후엔 현재는 좀 잘풀려서 괜찮은 곳에 다니고 있구요. 포기하지말고 계속 지원하시고 마음단단히 먹으세요
  • ?
    익명_98183531 2019.12.28 14:31
    지금 제 상황과 비슷하네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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