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맨날 눈팅만 하다가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데 털어놓을 때가 없어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저는 이제 2학년이 되는 공대생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냥 공부만 열심히했고 좋은 대학 들어가는게 다였는데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고 1년 정도 생활하다보니 몰랐던 현실, 어려움도 경험하고 그러면서 종종 환경을 탓하기도 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우울해지네요..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서 저희 집 소득분위가 1분위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월 소득인정액이 110만원 정도라고 뜨더군요..) 아버지가 대학을 합격한 아들에게 본인이 돈이 없어서 미안하다, 대학에서 만나게 될 친구들의 부모에 비해 너무 부족한 부모일 것 같아서 걱정이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너무 슬펐습니다. 태연하게 괜찮다고, 이정도로 지원해주신것도 충분하고 감사하다고, 절대 기 안죽는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대학생활 1년동안 집에서는 통신비 3만원만 지원받고, 나머지 모든 생활비는 제가 해결했습니다. 저축도 했고 부모님 결혼기념일에는 처음으로 꽤나 비싼 식사도 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작년 11월에 아버지가 저에게 혹시 모아둔 돈이 있으면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끝에 아들에게 부탁하시는 걸까... 평상시에도 미안하다던 아버지가 얼마나 미안해하실까... 그래서 이유도 묻지 않고, 언제 받을 수 있는지도 묻지 않고 제가 모아둔 돈 전부 빌려드렸습니다.(대학생 1학년이 모아둔 돈이라 저에게는 크지만 금액으로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한달 뒤 쯤 주신다고 했지만 아직 못 받았습니다. 언제 주시나 여쭤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잊어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 금액의 돈이 저희 집에서는 작은 금액이 아니라는걸 알아버려서... 그리고 저에게 들어간 돈 생각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니까요..
모아둔 돈 다 드리고 방학에 열심히 다시 모으다 보니 그냥 갑자기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고 위로, 칭찬,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이 새벽에 글을 썼네요.. ㅎㅎ 나름 경제적 독립해서 살아간 1년이 힘들고 우울하게 할 때도 많았지만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고 비슷한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2020년에는 모두 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