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113 추천 10 댓글 11
Extra Form

나이 40이 넘었는데 극복 안되는 트라우마가 있음

물론 지금의 삶에 영향을 주거나 하진 않지만, 가끔 오늘같이 새벽에 악몽을 꾸고 일어남. 아주 가끔

 

남들 보기에 나는 나쁘지 않게 살고 아주 바른 사람(일 것 같음)

골때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별로 뭐 아쉬울거 없이 살긴 함. 그래봐야 월급쟁이고 잘나가는 자영업 한참 아래지만, 밥먹으러가면  메뉴에 가격 잘 안보고 시키는 정도 산다

 

각설하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나, 남들이 가지는.. 아버지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랄까 뭐 그런게 어떤건지, 감도 못잡음.

막연히 그렇겠다.. 라고 짐작만 할 뿐

 

내 아버지는 첫째 직업이 없었음

거지 같은 집구석에 살림이랄 것도 없는데 맨날 술먹고 다 때려부심

어릴때, 학생때는 학년을 올라갈때마다 아버지 직업을 쓰는 조사가 가장 괴로웠음 (그땐 학년초마다 애들한테 설문지 같은걸 돌려서 집안 경제력을 파악하고, 경제력 있는 학부모에게 감투 주고 돈 뜯어내는게 선생들 업무 중 하나였음.. 요즘은 그 조사 안한다고 들었는데, 선생들이 그렇게 물러졌나 싶긴 함)

근데 웃긴건 그때 그 조사지에 뭐라고 둘러썼는지 기억이 안남 ㅋㅋ

베프 중에 한놈은 나랑 똑같이 아버지 무직이라 그 조사지 쓸때 좆같았다고 얘기 하다가 베프 됨 ㅎㅎ

 

그리고 이런 기억들이 명확하게 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국민학교 5학년때 이전 기억이 별로 나지 않음

 

재작년 어느날, 엄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것임

아버지가 나 때릴때 못말려서 미안하다고

난 전혀 기억이 없는데

그때 못말린건, 말리기만 하면 더 팰거라는 아버지 으름장에 못말리셨다고 함

어쨌든 난 기억이 전혀 없음

 

내가 기억하는건. 아버지가 여느때처럼 술먹고 들어와서 엄니를 두들겨 패고 나서

나보고 실실 웃으면서 아빠가 엄마 좀 봐줄까?하던 얼굴

그게 열살 정도때였던 것 같음

 

그거 외엔 술먹고 지가 지 머리채 잡고 방바닥서 빙글빙글 돌고 있으면, 도망갈데도 없는 단칸방에서 얼어 있던거 정도?

 

아버지가 또 잘하던게 바람피는거 ㅎㅎ

참 돈도 안벌면서 또 바람까지 핀거 보면, 참 대단한 인간이었던거는 인정함 ㅎㅎ

 

맨날 술먹고 정신 없으니 사기도 잘 당하고

그거 갚느라 고생고생은 엄니가 다하고

가끔 약같은거 사가지고 동생이랑 나랑 다 같이 죽으려고 했던거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남. 근데 실행은 못하고 울다가 미수로 끝나고 나도 뭐 죽으면 죽는거지 하면서 자는척했던 장면이 기억남.

티비보면 아버지가 돈만 벌어와서 불행해요.. 사랑이 뭐 어쩌고..그런 말 하는 새끼들보면 뭔 배부른 개소릴하는건지 뚝배기로 울대를 올려쳐버리고싶음. 진심

 

맨날 불행했던건 아니고, 

난 석간 돌리고 월급날  동생 중국집 데려가던게 젤 행복한 기억임

친구들이랑 병팔아서 버스비만 갖고 광안리 놀러가던 것도 좋았고.. 근데 사람들이 왜 우리근처로 안오는지 나이가 좀 들고 알았음.

헌책방 가서 전과나 문제집 사던 것도 진짜 쇼핑이랍시고 신났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개거지새낀데 ㅎㅎ

가끔 맞춤법 개정되면 헌책봐서 틀리고 ㅎㅎ 시팔 그걸 또 선생이 불러서 조지지. 왜? 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촌지 나올 구석도 없는새끼가 공부는 좀 했거든.

말은 시발 훈곈데 어떻게든 팰 구실 잡았던거고 난 왠만한 매는 별로 안무서워서 선생들 분 풀리라고 잘 대줬다

그중에 독한새끼는 시험때 잡아놓고 청소시킥고 집에 안보냄 ㅎㅎ 아 그 좀만한 선생질하던 새끼 찾아본다 본다 하다가 세월 다갔네 

여튼 아버지한테 고마운건 맷집 길러준거 정도? 96년도 군대 가서 낮에는 팔하나 박격포 둘러메고 뛰어다니다가 새벽엔 줘 터져도 그냥 장난 같앴다. 그래도 후임이든 누구든 절대 때린적 없다. 단 한대라도 때리고 싶단 생각이 든 적도 없다

조또 맞아본 적도 없는 새끼들이 어설프게 후임들 때리는건 같잖기만 했고

요즘은 헌책방도 없드라만

 

친구들이 집털고 오토바이 훔쳐타고 할 때, 나도 집나가서 당장에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었는데, 나는 허튼짓을 할수가 없었다

고생하는 엄니 때문에 

 

어릴때 아버지란 사람한테 어떻게 얻어 맞았는지 기억은 안나고 누가 얘기해주면 그런갑다 하지만, 

오늘같이 새벽에 알 수 없는 악몽을 꾸면 그때로 돌아간거 같은 기분이 들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아마 어제 회사 사람 하나가 자기 아버지가 아프다고 뭐라뭐라하면서 한숨쉬고 괴로워하던데, 난 그 모습이 좀.. 이상했음

내가 못느끼는 감정이라

아마 그것 때문에 오늘 악몽꾸고 새벽에 뻘글 올리는거 같음

여기다라도 털어놓으면 좀 후련할라나?

 

세줄요약 뭐 할 거리도 아니고.

애 낳을 형편이 아니면 낳지마

만약 낳거나 기른다면

절대 때리지 마

나처럼 된다

나처럼 불혹이 넘어서도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 안고 살아야한다. 이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바꿀수도 없는 현실이고 고통이다. 

하긴 시발 덜 된 인간이 이 글 본다고 애 팰거 안팰거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담아둘수는 있겠지

그러지마 애 때리지마라 그 애는 평생 괴롭다 어른이되고 아마 할아버지가 되도 그럴거같애 

내가 후회가 되는건 정당방위랑 소년법을 몰랐기때문에 당한거였고 요즘 애들은 정보가 다 있어서 확실히 현실적으로 대응할 듯

  • ?
    익명_32911885 2019.12.18 06:29
    힘내세요 형님.
  • ?
    익명_87806211 2019.12.18 06:34
    진짜 어릴때 환경이 중요하다.
    이런 극단적인 케이스에서도 잘 자란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아주 단단한 응어리와 분노가 있을게야.

    폭력이 아닌 합리적 체벌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나같이 평범하게 자란 사람도 어릴적 엄마가 규칙이 아닌 개인감정으로 때린거 성인이 되서도 기억에 남는데, 하물며 무차별 폭력에 자란 사람은 체벌조차도 치를 떨겠지.

    그나저나 저 시대에는 교사같지도 않은 교사들 진짜 많았다.
    개쓰레기들...
  • ?
    익명_82892339 2019.12.18 07:35
    잘 크신듯.
    행복하세요
  • ?
    익명_98838082 2019.12.18 09:31
    꼭 행복하세요 형님!
  • ?
    익명_24264740 2019.12.18 10:12
    행님 고생하셨습니다.
  • ?
    익명_61092828 2019.12.18 10:48
    나와 비슷한 연령대와 비슷한 가정환경이었네..힘내고 힘내자.
  • ?
    익명_37148057 2019.12.18 10:59
    형님의 의도와 취지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형님의 아빠놈은 채벌이 아니라 폭력을 행한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같은 경우는 폭력은 아니고 제가 잘못한 행동이나 언행에 의해서는 체벌을 했는데
    저는 체벌을 부모님이 자식들에 대해 가장 즉각적이며 단기적으로 효과가 좋은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말로써 타이르고 이해시키고 자녀가 몸소 생각하고 느끼게 했다면
    좋겠지만 이는 시간과 노력과 (부모로써의) 인내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의 체벌을 이해합니다!! 부모님도 처음부터 부모는 아니였잖아요!
    우선 저는 부모님의 체벌을 제 2세에게 할 생각은 없으나, 저 역시 부모는 처음이라...쉽지는 않을거에요ㅋㅋ
    하지만, 최대한 체벌을 안하려고 하고 내 자녀가 "직접 자각"하게 해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네요

    결혼은 했고 와이프 안에 이쁜 애기가 크고 있는 지나가는 32세 연구원이 생각 정리해서 남겨봅니다
  • ?
    익명_33644344 2019.12.18 11:03
    힘내요 너무 고생하셧는데
    앞으로 행복한 일만 생겼으면 좋겟네요
  • ?
    익명_61741885 2019.12.18 13:24
    나는 삼십대 중반인데 비슷해 진짜 뒤질라게 맞았어 ㅋㅋㅋ
    그나마 운이 좋은건 어머니가 직업이 있다는거 ㅋㅋ
    그래도 그나마 더 행복한건 내가 체력으로 이기는 순간이 오니까 아무것도 못하더라
    그 이후 연락으도 안한지 10년도 넘었는데 뭐 알아서 잘 먹고잘 살겠지
    얼마전 할머니 장래식갔는데도 못봤어 ㅋㅋㅋ 안왔거든
    형님 마음이 이해되서 좋다
  • ?
    익명_90639664 2019.12.18 17:24
    난 내가 맞은거보다
    아부지가 술먹고 엄니 팬거만 생각나
  • ?
    익명_79518073 2019.12.19 15:34
    나는 부모님 맞벌이 하시고 작은아버지란 인간이 백수일때 집에서 장난감 처럼 던지고 때리고 그랬다... ㅅㅂ 지금 생각하면 죽이고 싶고 어린나이에 부모님한테 이르지도 못하고...때리면 맞고 침묵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했었는데 대가리 크고 보니 나도 쓴이와 같은 생각이 든다.. 정보라도 있고 했음 법적으로 대응을 해봤을텐데... 공소시효 등 다 지나서 이젠 기억으로 남았지.. 지금도 부모님께 그때일 말씀 드리면 미안하다고만 하신다... 우리 남매 먹여 살릴라고 고생하신게 죄라면 죄지... 물론 지금은 그 작은애비란 새끼는 의절하고 우리 가족끼리만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어... 트라우마는 남기는게 아니고 극복하는게 맞다고 봐. 힘들겠지만 극복해보도록 노력해... 더 따뜻한 마음 갖고 살면 극복이 되지 않을까해... 물론 난 결혼도 하고 딸도 있어... 가끔 말 안들을때 혼내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내 자신이 작은애비랑 같은 사람이 되는거 같아서 참고 매 안들고 다독이고 안아준다. 힘들지만 이것도 나름 극복하는 방법 같아.... 힘내 !!
익명 게시판 익명으로 작성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2459 형님들 요즘 썸타는 여자가 있는데 new 9분 전 18 0
12458 열정이 불타오르지 않는 나태한 자신이 보인다면 이글을 보십시오 3 new 6시간 전 163 0
12457 중1 수학... 6 newfile 17시간 전 282 1/-1
12456 여자친구가 술마시는걸 엄청좋아해요; 8 new 17시간 전 425 0
12455 헤어졌는데 그냥 덤덤하네요 7 new 21시간 전 344 0
12454 조회수 1200만 수입 엄청 난가? 3 newfile 22시간 전 569 0
12453 형님들 오늘 첫경험 했는디 13 new 23시간 전 697 -2
12452 헬스장 1년 48만원 어떤가요? 7 new 23시간 전 346 0
12451 회사를 못나가는 사람들의 두려움이란 심리 4 new 23시간 전 216 0
12450 진짜 별거 아닌 고민인데 9 2024.04.18 204 0
12449 증여세 관련 궁금증이 있습니다. 4 2024.04.18 180 0
12448 운전자 보험 관련 질문 5 2024.04.18 99 0
12447 전세 관련 질문이요. 2 2024.04.18 92 0
12446 런닝운동 질문입니다 8 2024.04.18 106 0
12445 부산에도 스타벅스 있어? 11 2024.04.18 257 -5
12444 핸드폰추천좀요... 4 2024.04.18 121 6
12443 경력직 이직..3개월(아마도수습기간) 퇴사 11 2024.04.18 264 0
12442 제 얼굴 어떻게해요 ㅠㅠ 6 2024.04.17 822 0
12441 성격 고치는 법 12 2024.04.17 439 0
12440 여자친구가 틱톡을 하는데 어떤가요? 28 2024.04.17 660 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23 Next
/ 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