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아이들 하고만 살았다.
특수교육 4년, 유아레크리에이션 강사 3년,
유아 프로그램 크리에이팅 하며 또 2년.
마지막 직장은 예비사회적기업이었다.
동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를 운영했고,
그 안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잘렸다. 코로나의 여파였다.
아니, 일이 없다며 회사 내 다른 사업장에서
홀서빙을 하게 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그랬겠지 하면서도...
돌릴 수 없는 프로그램만 만지는 나를,
유튜브와 방문놀이 사업을 하려는 나를
꽁돈 받아가려는 월급 도둑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서
노력과 절박함이 참 무색하고 아팠다.
그래서 작년 9월에 창업을 했다.
회사에서 준비하던 방문놀이 사업이었다.
그러나 만들었던 프로그램들은 회사의 것이었기에
모두 두고 나와 맨땅에 헤딩을 했다.
추문이지만, 회사는 내가 두고 나온 프로그램을
전문가도 없이 부분적으로 떼다가 쓰고 있다.
그렇게 디테일은 모두 사장되고 결국엔
나도 그들도 쓰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겠지.
그리고 나는 퇴직금을 마이너스로 만들었다.
내 통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잔고가 남은 적이 없었다.
자신은 있었는데 왜 이렇게 안 되는 걸까.
한 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는 수업이었다.
초창기 고객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신규가 없다. 아니, 있는데 못 쓴다.
빈 스케줄 생기면 연락달라는 사람은 14명이나 있었지만 내 스케줄은 꽉 차 본 적이 없다.
애들 하원하는 평일 4시부터 5시.
그때 아니면 나는 죽어도 안 한다는 사람들 뿐이라서.
내 29개월 된 아들과 와이프를 먹여살리려고
주 7일을 각오하고 오는 일 마다하지 않는 중인데
주말엔 노쇼가 상당하다.
예약금을 꿀꺽하는 것이 마땅하나
리뷰가 두려워 다른 날을 잡아 보강을 해주고..
동선이 맞지 않아 시간과 기름을 다 버리고
나는 많이 피폐해졌다.
창업 9개월 차.
이제 폐업을 준비할까 한다.
참 열심히 했다.
지금은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옛날에 직장 다닐 적에는
누가 나보다 잘 나갈 때
내가 더 잘 할 거라는 호승심이나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죽고 싶은 마음으로
몇 개월을 살아보니 그냥...
나 말고는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힘든 거 모르고들 살았으면 좋겠다.
창업 9개월차.
사람에 질리고, 돈에 질리고
많이 아팠다.
이제 그만 해야지.
다들 잘 살아라.
파이팅.
조금 더 길게 쓰자면
부모님께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가게를 하고 계시는데
잘 되기 전에 앞에 망한 가게가 3개가 있어
폐업을 하면서 대출금 갚고 이리저리 따져보면 본전이었던 것 같아
우리 가족의 인건비를 건지지 못 한 것 빼고는
그래도 네번째에 잘 되시더라
안되면 다른거 하면 되니까 기운 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