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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자존심이 없어서 그런걸까? 그런건 아닐테고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대만의 역사를 좀 파고들 필요가 있음. 단순 식민지 시기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역사까지도.




(사진은 대만 원주민 출신의 야구선수 왕웨이중)



16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대만은 중국대륙과 별로 관계가 없는 동네였고, 당연히 한족들도 없었음.

원래 대만에 살던 대만 원주민들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인에 더 가까움. 위 사진만 봐도 느껴질거임.

지금은 대부분 한족에 동화된 상태고, 대만 전 인구의 2% 남짓을 차지. 미국의 아메리카 원주민과 비슷한 포지션임.



17세기 무렵 배 타고 항해하던 유럽인들이 대만까지 도착함. 스페인하고 네덜란드가 들어와서 싸우다가 네덜란드가 이겨서 스페인을 몰아내고 대만 섬을 차지하게 된다.

한편 그 무렵 중국대륙에서는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대륙의 지배자가 된다. 명나라 잔존세력은 남명 정권을 세워서 저항하지만 청나라가 세기도 하고 지들끼리 내분도 일어나서 얼마 안 가서 망함.





이 명나라 잔존 세력 중에 정성공이라는 사람이 있었음.

청나라에 밀려 대륙의 근거지를 잃게 되자 정성공은 대만 섬의 네덜란드 세력을 공격하여 몰아내고 대만을 근거지로 삼게 된다.

그리고 '정씨 왕국'을 세워 청나라에 계속 대항함.


현재 대만에서는 정성공과 정씨 왕국을 굉장히 높게 평가함. 정성공에 의해 대만에 최초로 국가가 세워졌고 이때부터 대만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보는거지.

근데 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는 보기 힘듬. 그냥 정성공과 그를 따르는 무장세력 수준이었지. 대만의 정통성을 어떻게든 세우기 위해 현대에 와서 띄워주는거에 가깝다.



어쨌든 정씨 왕국은 몇십년 존속하다가 결국 청나라에 의해 망하고, 이때부터 대만은 청나라의 영토가 된다.

그리고 대륙에서 한족들이 대거 대만으로 이주해 오게 되지. 주로 대만과 가까운 복건성 출신의 한족들이 많았음.

이 시기, 17~19세기 대륙에서 대만으로 이주해 온 한족들의 후손을 '본성인'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대만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함.

(간혹 본성인을 '대만 원주민'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보이는데,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본성인과 대만 원주민은 엄연히 다름. 이 둘을 혼동하면 대만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기 힘들어지니 반드시 구분할 것)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건, 청나라는 한족 왕조가 아니라 만주족 왕조라는 거임.

한족들은 겉으로는 만주족 지배자들에게 충성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오랑캐라고 멸시했음. 즉 한족들은 청나라를 자신들의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 몰아내야 할 오랑캐 놈들의 왕조라고 생각했음.

대만의 한족들도 마찬가지였겠지. 게다가 청나라는 당시로서는 변두리 중의 변두리인 대만에 대해 별로 신경도 안 썼음. 때문에 농민반란도 많이 일어났고.





청일전쟁 설명은 패스함. 이건 교과서에도 나오는거니까.


어쨌든 이때 대만은 청나라에서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고, 50년에 이르는 일제 통치시기가 시작된다.

대만인들의 저항이 없었던건 아님. 하지만 주로 청나라 밑에서 일하던 관료세력들에 의한게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한 몇년 후엔 시들시들 해짐. 대다수 대만인(본성인)들은 일제의 통치를 비교적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단, 원주민들의 저항은 비교적 오래 지속됨)

일제 역시 조선에 비하면 유화적으로 대만을 통치했다. 조선 총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군인들만 왔지만, 대만은 어느 정도 통치가 안정된 이후부터는 문관 총독이 부임함.


위에서 설명했듯이, 대만의 한족들은 청나라에 거의 소속감을 느끼지 않았음. 이 사람들에게 일제의 지배는 나라를 빼앗긴게 아니라, 그저 오랑캐 지배자가 만주족에서 일본인들로 바뀐것에 지나지 않았음. 조선왕조만 500년, 그 이전부터 합치면 수천년의 독자적인 역사를 갖고 있었던 나라를 빼앗겨버린 우리나라와는 상황 자체가 완전히 다름. 당연히 거부감의 정도가 다를 수 밖에.

게다가 대만에 대해 별 신경도 안 썼던 청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대만 통치에 상당히 신경 썼음. 대만은 일본이 얻은 첫 식민지였고, '우리도 식민지 잘 경영할 수 있다!'라는걸 서구 열강들에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정리하면, 대만엔 애초에 나라라는게 없었고, 그러므로 나라를 빼앗긴게 아니라 그저 외국인 지배자가 바뀐건데, 새로 들어온 통치자 놈들이 예전 놈들보다는 더 잘 다스리는거 같음. 때문에 큰 반감이 생길 구석이 없었던거임.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1945년 일제는 핵 두방 쳐맞고 GG치고, 중국 국민당이 들어와서 대만을 접수하게 된다.

처음엔 본성인들도 환영했지. 그래도 외국놈들인 일본인보다는 같은 한족이 더 나을거 같으니까.

하지만 국민당은 본성인들을 일제에 협력한 2등 국민 취급하며 탄압하고, 본성인들의 반감이 커지던 와중에...






대만 현대사 최대 비극으로 불리는 2.28 사건이 터지게 된다.
간단히 설명하면, 본성인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를 국민당이 군대를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

이 때 국민당군에 의해 학살당한 본성인은 무려 2~3만명.

본성인과 외성인(밑에서 설명하겠음)의 뿌리 깊은 갈등을 상징하는 사건이고, 대만이 민주화되기 전까지 수십년동안 언급이 금기시되다가 90년대 들어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대만 정부가 직접 사죄함.



그리고 1949년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게 좆털린 장제스와 국민당 지도부가 대만으로 쫓겨옴.

이 무렵 국민당과 같이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이주해 온 한족과 그 후손을 '외성인'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만 인구의 약 15% 정도.

이들은 소수였지만 국민당 1당 독재 아래서 수십년간 권력과 부를 독차지했고, 본성인에 대한 차별정책을 폈음.

일례로, 본성인들은 주로 대만어(중국어 방언의 일종. 표준중국어와는 의사소통 불가)를 사용했는데, 국민당 독재기간동안 대만어 사용은 철저히 탄압받았고, 학교에서도 표준중국어만 교육했음. 때문에 요즘 젊은 본성인들 중에는 대만어 잘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차별이 많이 개선된 오늘날까지도 대만의 공용어는 표준중국어 하나뿐임.


뭐 이젠 외성인 1세대들은 거의 다 죽었고, 외성인-본성인 간 통혼도 많아지고, 차별대우도 시정되고 본성인 총통도 나오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대만 사회에는 아직까지도 둘의 구분이 엄연히 존재함. 예전에 비하면 약하긴 하지만.


어찌됐든 결론적으로, 본성인들의 외성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구관이 명관이다' 라는 식으로 차라리 일본 통치시절이 그나마 더 나았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고, 이게 오늘날 대만인들이 일뽕이 된 또 하나의 이유다. 일본 좋아하는 대만인들은 대부분 본성인들임. 반면 외성인들은 대륙에서 중일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반감이 높은 편이다.


(사족 몇개 덧붙이면, 외성인들은 자신들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중국과의 통합에 긍정적임. 하지만 공산당은 극혐하기 때문에 중국이 주도하는 통합은 반대한다.

본성인들은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음. 중국과의 통합을 반대하고 '대만독립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주제로도 글 한편 쓸 수 있는데 다음 기회에...)




세줄요약


1. 일제 통치 이전 대만엔 대만인들이 소속감을 가질 나라가 없었다. 나라를 빼앗긴게 아니기 때문에 반감이 덜했음.

2. 일제는 대만에선 비교적 유화적이고 세련된 통치를 해서 반감이 덜했다. 게다가 일제 이전 청나라 통치가 별로라서 더욱 비교됐다.

3. 일제가 물러난 후 외성인들의 탄압에 의해 그 반대급부로 일본에 대한 호감이 올랐다. 이 3가지가 합쳐져서 오늘날 대만이 일뽕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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