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령아, 나 요즘 너무 힘들고 슬퍼."
2001년 1월 25일, 한밤중에 온
읽지 못한 내 친구의 마지막 연락. 그리고
다음날 TV에 나온 뉴스.
(지난 밤 한 아파트 10층서 떨어진 여중생 시신이 발견되어....)
"어우, 요즘 저런 끔찍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근데 무언가 허전한 느낌.
"오늘 토요일 아닌가?"
주말 아침이면 매주 걸려오는 심심하다는 내 친구의 전화.
“특이하네, 3주 연속으로 계속 전화했으면서.”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마 너라도 그랬겠지.
이제 자기도 전화하기 귀찮고 나도 받기 귀찮으니깐.
오히려 서로에게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메시지 정도는 한번 해 볼까.”
‘수민,,아,,아직 자니,,?’(전송)
아, 벌써 학원 보강 가야하는 시간.
“다녀오겠습니다!!”
‘아,,졸린다,,,’
아차, 수업 듣던 중 졸아버렸다.
다행히 쌤한테는 안 들킨 것 같다.
아마 맨 뒷자리라서 그런 걸까.
너무 배고파 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다.
수업이 빨리 끝나길 기다린다.
“자, 오늘은 이까지 할게, 132쪽까지 풀어 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민이가 아직 읽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나도 3시간이 지나도
5시간이 지나도 하루가 지나도
메시지 옆의 1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벌써 일요일이 되었다.
“이럴 애가 아닌데, 아무리 바빠도 2시간 안에는 읽는 앤데.”
혹시 모른다. 메시지 말고 캐톡은 볼지.
“엄마!! 나 잠시 캐톡 잠금 좀 풀어줘!”
내가 폰을 너무 많이 했나. 엄마가 캐톡을 잠궈놨다. 하하,,
“뭐라고 보내야 자연스러울까,,”
캐톡에 들어갔다.
캐톡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수민이의 캐톡.
[정수민 님께서 금일 오후 11 : 23 에 사망하였습니다.]
발인 : ~~응급의료센터 장례식장
빈소 : ~~3번 빈소
장례 : 2001년 1월 30일 금요일 ~~응급의료센터 장례식장
[이 문자는 정수민 님의 연락처에 저장이 되어있는 분들 께 전해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순간 눈을 의심했다.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치기 때문에 이 캐톡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햇갈린다.
진짜면 정말 큰일 난 것이고, 가짜면 천만다행인 것 이고.
마음이 급해졌다.
‘진짜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례식장에 전화를 해 보았다.
(뚜루루르— 뚜루루르----)
진짜면 차라리 받지마라.
직접 들으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으니.
근데 그러면서 전화를 계속 거는 나도 이해가 안간다.
“네 ~~응급의료센터 장례식장입니다.”
핫, 언제 받았지. 아직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생각 못했는데.
“아..저기..혹시 1월30일에 정수민(님) 장례식 예약되었나요?”
“아~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조마조마 한다. 심장이 마구마구 뛴다.
“네 손님. 현재 1월30일에는 정수민(님) 장례식이 예약되어있지 않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뚝-)
후..........놀란 마음을 추스린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이번에는 수민이가 선을 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