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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 방영된 신경섬유종 환자 심현희씨를 기억할 것이다.

다른 증상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화면에 비친 모습 자체에 많은 사람은 안타까워하고 눈시울 붉히는 이도 있었다.

병 자체를 고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웬만큼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플러가 아니면 그녀를 조롱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러나 19세기 영국에서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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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즉위 25년째 되는 1862년 조지프 케리 메릭(Joseph Carey Merrick)이 태어났다.

 

아기의 존재는 온 가족의 축복이지만 얼마가지 않아 괴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사진과 같이 피부는 딱딱하고 혹투성이가 나타났고, 그의 입술의 확대는 발전되었고,

그의 이마에 뼈 같은 혹이 자랐으며 그의 팔 한쪽과 양쪽 발은 확대되었고 다리를 걸게 되는 등

전형적인 신경섬유종 증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천대받으며 살다가 11살에 모친이 죽었고 그의 부친은 그를 집에서 쫓아내버리고 곧 재혼했다.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메릭은 자퇴할 수 밖에 없었고, 직장을 찾으려 해도 그를 뽑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뒤로 5년간 밖에서 방랑하다가 1879년 말, 17살의 나이에 구빈원으로 들어갔다.

그럼 구빈원에서 사는건 살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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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주인공 '올리버 트위스트' 는 구빈원 생활 중 배가 너무 고파 배식원에게 죽 한 그릇만 더 달라고하니

매타작과 구빈원에서 쫓겨났다.

현실의 다른 구빈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몸성한 사람도 저런데 '괴물' 같은 사람이 제대로 버틸 수 있었을까.

 

그렇게 구빈원에서도 천대받으며 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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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메릭을 보게 된 샘 토르라는 서커스단장이 구빈원측에 돈 몇 푼 주고 샀다.

당시 영국은 인신매매가 금지돼있지만 음지에서는 여전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팔려간 조지프 메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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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단에서 공연'당'하는 메릭

 

이곳저곳 서커스 순회에 끌려다니며 관객들에게 두려움 또는 모욕에 시달렸다.

징그러우면서도 보게되는게 사람 심리인지 그는 짭짤한 돈벌이가 되었다.

그때 '엘리펀트 맨(elephant man)' 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메릭 자신은 단 한 푼의 돈도 가지지 못하며 비인간적 처우를 받았지만.

 

어느 누구도 인간을 짐승같이 대하는 서커스단에 항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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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펀트 맨(1980, 감독: 데이비드 린치)에서 프레데릭 트레베스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

 

그때 구원자가 나타났다.

앨리펀트 맨 소문을 들은 런던 왕립 병원 의사 프레데릭 트레베스가 호기심에 서커스장에 찾아간 것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지만 곧 동정심과 분노가 이 만행을 경시청에 신고하도록 이끌어 서커스장을 폐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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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단장은 더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진 메릭을 바다 건너 벨기에까지 데려가 내다버렸다.

 

메릭은 경찰서에 갔지만 언어 능력이 없어 대화가 불가한 상태라 자칫 열악한 행려병자 수용소로 보내질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다행히 트레베스가 그에게 준 카드(일종의 명함)이 있어 런던 병원측과 연락이 닿아

트레베스의 보호 하에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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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사망 1년 전 메릭

 

이후 트레베스는 매일 그가 있는 병실을 찾았고 우정 관계를 맺게 되었다.

또한 빅토리아 황제(당시는 무굴 제국을 병합하여 황제 칭호 사용)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는

알렉산드라 등 런던의 부유층들이 자주 방문하였다.

그들은 말했다.

"그는 분명히 인간이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그렇게 불행한 일생이었지만 말년에 따뜻한 간호를 받으며 살던 메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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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맨] 중

 

1890년 4월 11일 숨진 채 발견되었다.

 

원인은 침대에 누워 목뼈가 탈구됨으로 인한 질식이었다.

신경섬유종 환자 대부분은 누워 잘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기형적 신체 특성상 질식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누워잤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생의 끝자락에 메릭의 벗이 된 트레베스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나마 인간답게 편히 누워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추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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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섬유종 환자의 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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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메릭이 최종 안치된 묘소

 

우리는 흔히 외관이 인간의 미적 기준에서 흉측한 존재를 '괴물' 로 부른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피부가 괴물인 존재와 심장이 괴물인 존재 중 누가 진정 괴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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