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은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권력자로 선출하여 많은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사악하거나 거짓말을 잘하거나 권력을 남용하거나 지극히 무능하거나 또는 그 모든 결점을 지닌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나쁜 짓을 많이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이며 강점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국가를 선을 행하는 것도 동시에 방해한다.
설혹 플라톤이 왕으로 세우려 했던 현자가 대통령이 된다 할지라도, 그는 자기가 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국회와 헌법재판소, 언론과 정당 등 다른 권력기관들을 사악한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하고 지혜로운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선한 일을 많이 할 수 없게 만든다면 이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마음대로 악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대가로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부작용이다.
대한민국은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들이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어느 정도 잘 갖춘 나라이다.
이 제도를 제대로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국가란 무엇인가> 중에서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어느 정도 잘 갖춘 나라이다.
대한민국을 너무 과대평가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