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동창을 만나 오랫만에 술을 마셨다.
세종에 살고 있어서, 나는 경기도 외곽 신도시에 살고 있어서 날 잡고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지라 근 10년 만에 만난 듯.
한 5년 정도는 걔가 잠수를 탔었어서, 그래 만수무강에 기스 안 나고 잘 살았냐? 라고 물어봤더니 좀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 친구 원래 어디 공공기관 책임급(3직급제. 원-선임-책임 단계로 승진함. 일반회사 과장 내지 부장급)이었는데
3년 전에 때려치고 1년 바짝 공부해서 행시 붙어서 지금 5급 사무관이란다. 계장님이라네.
아... 난 놈은 뭐를 해도 다르구나 하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갸도 나도 대학동창이니 당연히 둘이 같이 아는 교집합 내에 장수 고시생들 꽤 된다.
20년 동안 이 시험 저 시험 두들긴 끝에 겨우 군무원에 합격한 친구, 9급 공채 됐다가 마을 이장이랑 대판 싸우고 사표내고 7급 공부한다더니 15년 째 연락두절인 놈, 외무고시 합격선에서 출제오류로 한 끗차 떨어진 이후 몇 년째 행정소송 중인 아는 형 등등...
고시 공시라는 게 지원하는 인간은 많아도 찰싹 붙는 인간은 많아봐야 본 사람 중에 한 5할 되나 싶은데.
그걸 그렇게 쉽게 1년만에 붙다니.
세상은 넓고 괴수는 많구나.
하지만 그런 녀석도 공통 지인인 어떤 인간한테 천만원 빌려줬다가
못 돌려받아서 마누라한테 바가지 있는대로 긁히는 중이라 내가 어제 술을 샀다.
인생사 진짜 모른다 정말....
아, 동창한테 돈빌려갔다는 그 새끼 나한테도 천만원 빌려갔다.
7월 1일에 내용증명부터 시작할 작정인데 마 잘됐다. 둘이 같이 소송대리인 선임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