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alternative)' 의학은
1) 검증될 수 없거나,
2) 검증되기를 거부하거나,
3) 계속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행위집합이라고 정의된다.
어떤 치료법이 제대로 비교통제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을 통해 치료효과가 있음이 밝혀진다면 그것은 더이상 대안적(대체적)인 것이 아니다. 존 다이아몬드가 얘기하듯이, 그것은 그저 '의학'이 되는 것이다.
왕립의과대학의 학장이라 하더라도 그가 고안한 어떤 치료법이 이중맹검법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통(conventional)' 의학이 될 수가 없다.
즉, 그것이 '대체' 의학이 될지 여부는 야심가득한 돌팔이가 그것을 채택하느냐(어차피 쉽게 속는 환자들은 언제나 있으니까)의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법이 반드시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정말 오만한 태도가 아닌가? 정통적, 과학적 의학의 검증에 반드시 정통적,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라는 말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 의학은 '대체' 검증 방법으로 검증되어야 공정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대체' 검증법같은 것은 없다. 여기서 존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으며, 그의 견해는 옳다.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 같은 것은 사실 없다. 단지 효과가 있는 의학과 그렇지 않은 의학이 있을 뿐이다. . . .
템스 강을 건너지 않고 첼시에서 배터시로 갈 수 있는 런던의 '대체' 지도가 없듯이, '대체' 생리학이나 '대체' 해부학이나 '대체' 신경계도 없다.
어떤 의학의 치료법이든 효과가 있든지 없든지 둘 중 하나이며, 그 말은 참이다. '정통적인' 의미로 볼 때는 가짜이면서, '대안적인'(대체적인) 의미로 볼때는 진짜일 수가 없다.
어떤 요법이나 치료가 이중맹검법을 통과하고 통계적 분석을 거쳐 위약(placebo)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면 그것은 결국 치료법으로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사실 '정통' 의학으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많은 치료법 후보들은 이런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즉시 탈락된다. '대안적(대체적)'이라는 꼬리표가 그런 운명을 벗어날 특권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물론 애통하게도 많은 경우 그것을 제공한다).
찰스 왕세자는 최근 '대안적인(alternative)' 또는 '보완적인(complementary)' 의학을 연구하는데, 1,000만 파운드의 정부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탄식할 만한 제안이다. 앞서 나가는 '대체' 요법들이 이미 검증을 받아 탈락하기를 수없이 되풀이해 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정책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신경을 써야할 정부가 왜 거기에 예산을 할당해야 하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존 다이아몬드는 영국의 대체의학 산업의 매출액이 수십억 파운드에 달한다고 말한다. 아마 이런 의학으로 얻은 수익 중 일부를 그것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통' 제약 회사가 바라마지 않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대체' 의학의 장사꾼들은 적절한 검증법을 거쳤을 때 어떤 결말이 나올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들이 화를 자초할 일에 기금을 내놓기를 머뭇거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나는 그 연구기금이 다른 곳에서 나올 것이라고, 아마도 찰스 왕세자 자신이 자비심을 베풀어 기금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나에게 그 돈을 집행할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라는 요청이 들어온다면 기꺼이 응하겠다.
사실 나는 1,000만 파운드의 연구비라면, 가장 인기있고 돈벌이가 되는 '대체' 의학들 대부분에 과학적으로 안녕을 고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제약 회사가 두통을 치료하는 알약을 광고한다면,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으로 시험을 해서 그 알약이 정말로 두통에 효과가 있는 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중맹검법이란 누가 약을 먹고 누가 가짜 약을 먹었는지를 환자도 검사자도 몰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알약이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면, 즉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가짜 약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거래 기재 사항법 위반으로 기소될 위험에 처할 것이다.
동종요법(homeopathy)은 대규모 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효능이 있다고 광고를 하지만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입증된 적은 한번도 없다. 개인적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널려 있지만 위약 효과(placebo effect)도 대단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증거로서 타당하지 않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통의학은 이중맹검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입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른바 모든 대체의학이 동종요법처럼 쓸모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아는 한 효과를 보이는 것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그것들도 이중 맹검 위약 대조시험이나 그에 상응하는 실험 방법을 통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만일 그것들이 그 시험을 통과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대체(alternative)'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 정통의학(conventional medicine), 주류의학이 그것을 받아들일테니까 말이다.
최근 <인디펜던트>에 암으로 투병중인 유명 언론인의 감동적인 글을 본적이 있다. 하지만 나에겐 그가 암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연이어 찾아오는 그럴듣한 돌팔이들의 말에 혹해 거짓 희망을 품은 채 죽어가야 한다는 것이 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