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어떻게 쓰는가, 하는 규범은
제 생각에 기본적으로 두 가지뿐이에요.
하나는 막심 고리키의 희곡 <밑바닥에서>에 나오는
거지와 순례자의 대화.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나 귀머거리 아니야"
전 이 책을 학창시절에 읽었는데,
보통 같으면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듣고 있어"로 끝날 대화죠.
그런데 그러면 드라마가 안 되는 겁니다.
"귀머거리 아니야" 라고 대답하니까
주고받는 말 속에 역동감이 생겨요.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기본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못하는 작가가 세상에는 많거든요.
저는 항상 그 사실을 의식합니다.
또 하나는 비유.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비유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내가 잠 못 이루는 밤은
뚱뚱한 우편배달부만큼 드물다"
만약 "내가 잠 못 이루는 밤은 드물다"라고만 하면
독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죠.
예사롭게 휙 읽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뚱뚱한 우편배달부만큼" 하면 '호오!' 싶잖아요.
'그러고 보니 뚱뚱한 우편배달부는 본 적 없는데' 하고.
그게 살아 있는 문장입니다.
여하튼 "귀머거리 아니야"와 "뚱뚱한 우편배달부",
이 두 가지가 제 글쓰기 모델입니다.
그 요령만 알면 제법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