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기능

공매도의 기능

공매도가 금융계의 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거의 맞는 말이고 국내에선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들에겐 연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규제가 걸려 있다.



여기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이는 IMF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공매도가 단순히 투기꾼들이 없는 돈을 창조해 사람들을 등쳐먹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당연한 게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이 단점만 존재하는 걸 국가가 내버려 둘 리가 없기 때문

먼저 공매도가 무엇인가?





주식을 빌려 고점에서 그것을 팔아치운 다음,



주식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주식을 갚는'것이다.





개당 100원인 감자를 열 개 빌려 그걸 1000원에 팔아치운 다음,



감자가 50원이 됐을 때 감자를 갚으면 500원의 차익을 볼 수 있다.



'주식이 떨어질 것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한다면 가치가 오를 것에 투자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하니, 그 반대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런데 이게 왜 시장에 도움이 되는가?














비교적 최근,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2000년도 초반부터 2010년도 초반까지 중국 기업들은 미국에 무더기로 상장을 했다.



중국 경제가 엄청난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던 시절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상장했고,



수많은 월가의 중개업체와 사기꾼들이 돈 냄새를 맡고 상장을 돕고 이를 개미들에게 팔아치웠다.



그런데 이 기업의 상당수는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 기업은 서류상으로 존재는 하지만, 그 기업 규모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었다.



매일 10만원을 고작 버는 회사가 지금 100만원을 벌고 있고,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온갖 개소리를 뒤집어쓰고 팔려나간 것이다.

이런 쓰레기 기업을 팔아치우는 방법은 오스카 남우주연상의 수호자가 주연한 월가의 늑대에서 볼 수 있다.



삼류 가내수공업 기업을 세계가 주목하는 하이테크 기업으로 치장해서 순진한 투자자들의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기업은 오래 가지 못해 존재 자체가 사라져 투자자들의 돈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커미션을 꿀꺽한 승자만이 남게 된다.

그런데 이건 정보 공개나 회계감사가 허술한 3류 장외시장에서나 가능한 짓이다.



그런데 중국 기업은 뉴욕 증권거래소 등의 유수의 거래소에 상장하고 있지 않은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얘들은 역합병이라는 꼼수를 쓴다.

중국의 '시진핑 달팽이크림 주식회사'이라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일단 미국에 페이퍼 컴퍼니 '듣보잡 화장품'을 세운 다음,



'시진핑 달팽이크림 주식회사'가 '듣보잡 화장품'을 인수한다.



그러나 미국 증권시장에선 껍데기 회사（쉘 컴퍼니）인 '듣보잡 화장품'이 법인으로 남는 것이다.



이건 대표적 우회상장 방법인데, 기업공개 의무 등 각종 규제는 느슨하게 받고



상장은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래라면 우회상장을 한 기업은 엄청나게 뒤가 구린 인상이 남게 되지만, 중국의 규제가 어떻고...



전도가 유망한 기업이 미국에서 파트너 회사를 빨리 찾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라는 온갖



변명과 감언이설이 따라붙었으며, 생각보다 이게 그럴싸하게 들렸다.



왜냐면 중국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니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게 상장을 해도,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기 ?문이다.



물론 이건 국내에선 불법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정글인 미국엔 그딴거 없었음 ㅋㅋ

각종 투자은행과 중개인들이 이런 중국 기업 상장으로 돈잔치를 벌였다.



중국은 여전히 고성장중이었고, 선진국의 생활양식을 따라가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새로 생기고 있었다.



중국이 손대는 것들이 모두 황금으로 변했으며, 엄청난 내수시장에 힘입어 성장은 영원할 것 처럼 보였다.



대다수 이를 적극적으로 중개했던 월가의 사기꾼들은 중국 기업 가치가 실제로 어떻든 그건 안중에도 없었다.



눈먼 돈 3달러에 샀던 주가 손쉽게 10달러로 변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건 거품이고, 영원히 갈 리가 없었다.

여기서 끼어드는게 공매도 세력이다.



다행히 이 미친 돈잔치 속에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이 모든 중국 기업이 다 어디서 왔을까? 우회상장을 한 수백개의 기업이 건실하긴 한 걸까?'



라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질문을 던졌고, 행동력을 가진 이 사람들은 중국에 가서 직접 조사를 했다.



10여개국에 철광석을 수출하는 광산회사의 소재지에 몇십년 전 문을 닫은 듯한 폐광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던가,



서류상으로 몇백만 달러짜리 원자재를 가공하는 공장에 매일 트럭이 고작 한두대 지나간다던가 하는 충격적인 실상을 알아낸 것이다.



이런 수많은 사례 중 유명한 기업이 '루이싱 커피'인데,



위에 올린 그래프 사진이 바로 루이싱 커피의 주가 그래프다.



분식회계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부풀렸다는 게 밝혀진 이 커피회사는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미국에서 상장폐지됐다.

피해를 보는 건 연금을 꼬라박은 수많은 평범한 미국 중산층이었다.



이런 뒤가 구린 기업에 엄청난 거금을 꼬라박지 않을 정도로 대다수 거대 기관은 분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간 이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웬만큼 건실한 기업은 엄청난 손해를 보더라도 무슨 주식 가격이 반토막난다거나 하는 일은 '잘' 없지만,



이 중국 기업은 상당수가 -75%, -90%를 찍다가 그냥 상장폐지되어 사라져 버렸다.



마침내 수익률 -100%를 찍는 어메이징한 폭탄이 되는 것이고 구매자들의



노후를, 그들의 중산층으로서의 지위마저 파괴한 것이다.



금융사기가 중죄인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공매도 세력은 이걸로 떼돈을 벌었다.



먼저 공매도를 하고, 중국 기업의 실상을 알리는 자신들의 보고서를 풀어서 싹 뒤진 중국 기업의 주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이다.





사기꾼을 등쳐먹을 수 있는 금전적 원동력을 제공하는게 공매도인 것이다.



공매도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공매도는 기업의 부실함을 꿰뚫어보고



주식 시장에서 이 병1신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피해자가 더 발생하기 전에 이를 차단하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 기업 주식을 갖고 있던 선량한 투자자들은요? 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책임의 일차적인 소재는 공매도 세력이 아닌



이 병1신 주식을 미국으로 갖고 와 돈놀이를 한 다른 사기 중개꾼들과 중국 기업에게 있다.



공매도 세력은 한 명의 피해자가 두 명이 되기 전에 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반쯤은 사기꾼을 등쳐먹는 사기꾼인 셈인데,



'검은 사기'라는 만화를 아는 사람은 그걸 생각해보면 쉽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이 항상 이상적으로 굴러가는 유토피아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