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쿼터백이 미식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일까?

왜 쿼터백이 미식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일까?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팀의 모든 오펜스를 지휘하고, 5-60야드는 던질 수 있는 강한 어깨, 태클이 들어와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 수비수들을 제칠 수 있는 빠른 발'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임.

*오펜스 지휘

NFL의 모든 팀은 팀의 전술이 담긴 플레이북을 선수들에게 나눠줌. 근데 이 플레이북의 분량이 어지간한 사전 한 권급으로 두껍고 풋볼의 전술은 구기 종목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편. 그래도 다른 공격 포지션은 자신이 할 것만 외우면 되지만, 쿼터백은 자신이 해야 할 것 + 자신을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의 동선을 다 암기해야 됨.

NFL 쿼터백의 헬멧에는 벤치와 연결되어 있는 통신 장치가 있는데, 이 통신 장치로 플레이 콜러(감독 or 공격 코치)가 작전을 불러주면 그걸 다른 선수들한테 알려주고 작전을 실행하는 게 쿼터백임. NFL 룰상 한 플레이가 끝나고 40초 뒤에 무조건 다음 플레이를 해야 되는데 보통 10초 전부터는 세팅해놓은 위치로 선수들이 이동하니 30초만에 저 과정들을 끝내야 되니 어지간한 지능으로는 힘듦.

실제로 NFL 드래프트에서는 쿼터백 상대로 원더릭이라는 지능 검사를 보는데 이 테스트도 구단들이 의미 있게 보는 지표임.

풋볼 팬들 사이에서 '하버드맨'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마이애미 돌핀스 쿼터백 라이언 피츠패트릭인데 이 선수는 원더릭에서 50점 만점 중 48점을 받았고 여전히 쿼터백 원더릭 테스트 기록으로 남아있음. 다른 요소들이 부족해서 장기적인 주전으로 삼기는 힘들지만, 저니맨으로나마 15년 동안 리그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암기력 때문이라고 보는 게 대다수의 의견임.

*강한 어깨

여전히 쿼터백한테는 제일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임. 더 멀리 공을 던질 수 있다면 당연히 전술 활용의 폭도 커지고 한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야드도 늘어날 수 있음.

현 리그 최고 쿼터백인 마홈스의 딥 패스.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공을 정확히 던지는 것도 어려운데, 마홈스는 그 상태에서 50야드를 가볍게 던짐.

*내구성

시호크스의 라인배커 바비 와그너가 미네소타 쿼터백 커크 커즌스를 sack하는 장면. 만약 팀의 오펜시브라인(위 짤에서 쿼터백 위에 있는 애들)이 뛰어나서 보호를 잘 해준다면 상관 없겠지만, 러셀 윌슨이나 드션 왓슨 같이 커리어 내내 구멍 난 오펜시브라인을 위에 두고 뛴다면 경기당 2-3번의 sack은 각오해야됨.

저 덩치가 저 속도로 태클을 하면 몸에 무리가 안 올 수가 없음. 그렇기 때문에 sack을 최대한 피하고, sack을 맞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내구성을 쿼터백들은 갖춰야 함.

*빠른 발

10년전까지만 해도 쿼터백은 매닝이나 브래디같이 포켓 안에서 패스에 집중하는 정통 쿼터백이 주류였지만, 요즘 시대는 플레이가 계획대로 안 돼도 뛰어서라도 플레이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달릴 수 있는 쿼터백을 선호하고, 요즘 드래프트에서 최상위픽으로 지명되는 쿼터백도 거의 다 그런 류임.

한국계로 유명한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쿼터백 카일러 머리. 만약 몇 년 전이었다면 쿼터백을 보기에는 작은 신장으로 인해 1라운드 지명도 못 받았을 것이지만, 시대의 변화와 저런 빠른 발을 이용한 플레이메이킹 능력으로 전체 1픽까지 지명되었음.

작년 MVP인 라마 잭슨도 스로우보다는 이런 뛰어난 달리기 능력을 이용해 크게 주목받았고, 러셀 윌슨이나 패트릭 마홈스 같은 선수들도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지만 안 되면 본인이 달리는 타입임. 요즘 흐름에서는 쿼터백의 빠른 발은 필수적인 능력.

그래서 이런 요소들을 다 갖춘 쿼터백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임. NFL은 53명의 선수가 200밀리언 달러 정도의 금액을 무조건 나눠서 가져가야 하는 하드캡 구조지만, 엘리트 쿼터백은 35밀리언 정도는 기본으로 깔고 가는데, 정말 대체재를 구하기 힘든 포지션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