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속풀이 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라도 올려봅니다
저는 내년에 스무 살이고 대학생이 됩니다.
밑에 고등학생되는 여동생 한 명 있고요.
저희 집에는 방이 두 개뿐인데 하나는 동생이 사용하고 있고,
하나는 저랑 아버지가 같이 사용합니다. 이렇게 산지 3-4년? 됐어요
그런데 제가 슬슬 방을 갖고 싶어요.
아버지는 쉬거나 주무실 땐 거실로 나가시는데 그 외엔 따로 듣는 수업이 있어서 길면 4시간도 넘게 방에 계실 때가 많아요. (평일, 주말 다 / 종종 주말엔 새벽 5-6시까지 계신 적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책상에 앉아서 하셔야 할 일이 꽤 있으시니까 방은 꼭 필요로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옛날부터 혼자 있는 게 좋았고 친구들이랑 맘 편히 통화도 하고 싶은데... 눈치 보여서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습니다. 늘 음소거만 해둬요. 다른 이유들도 많긴 한데 눈치 보이는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동생이 집이랑 조금 거리가 먼 학교로 배정됐는데 처음엔 기숙사 보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동생 방이 비니까 내가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기대는 해봤습니다.
그런데 오늘 기숙사 안 가겠다고 마음을 굳혔나봐요. 친구랑 같이 만나서 통학하기로 약속한 것 같고... 그래서 방 얘긴 말 꺼내보지도 못했습니다.
전 이번에 대학을 총 3곳에 붙었어요.
그중 가고 싶은 대학이 2곳인데 한 곳은 집이랑 멀어서 기숙사를 등록해야 하고, 다른 한 곳은 집이랑 가까워서 통학을 할 수 있어요.
(부모님이랑 상의 결과 전 집에서 통학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살면서 제 방은 한 번도 못 가져보기도 했고 이제 대학생이나 됐는데 아버지한텐 죄송하지만 또 같이 써야 한다는 게 좀.. 그렇더라고요.
애초에 대학이 가깝기도 하고 기숙사 비 아끼려고 통학을 결정한 거라 자취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동생한테 몇 년 동안 이렇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난 계속 이 방에서 3년 살았으니까 이번엔 네가 양보 좀 해 주면 안 되냐... 할 수도 없고ㅋㅋㅋ...
동생은 방 바꾸잔 얘기 들으면 분명 진짜 싫어할 거란 말이죠,,
한창 사춘기라서 특히나 부모님께 반항적인데 아버지랑 같은 방을 쓰라고 하라고 하면 완전 뒤집어질 겁니다
제가 생각해도 방이 뭐라고 이러나 싶지만
방 문제 때문에 그냥 기숙사 갈까?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어차피 현실 적으로 안 되는 건 알고 있고... 이러나저러나 바뀌는 건 없을 거라 익명 게시판에 한탄이나 해 봅니다ㅎㅎ
군대도 월급 많이 올라서 어차피 가야할거 원룸 구할 목돈도 생기고 인생 해결 난제인 군복무도 완료되니 지금이 나쁘지 않은 시점 같습니다.